아니다 다를까 계양구 박촌동에 있는 ‘수지미용실’에는 소문대로 노인들이 있었다. 14일 오전 9시30분께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두 분의 할머니가 코팅퍼머를 하고 있고, 또 한 분의 할머니가 대기하고 있었다.
17년째 혼자 ‘수지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길숙(52)씨가 동네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때론 공짜로 머리손질을 하고 있다. 소일거리도 제공하면서 ‘수지미용실’은 박촌동 노인들의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이씨는 틈틈이 미용실에서 휴대전화 부속품을 고르는 ‘부업’을 동네 노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푼돈을 쥐어준다.
“머리를 해도 댁에 돌아가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돕는데 그 분들에게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아닌가요.”
이씨는 오히려 노인들이 자신에게 베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어른이 미용실에 들러 상추를 주고가거나 ‘입은 옷이 예쁘다’고 말을 건네면 오히려 옷을 입으라고 벗어놓고 간다고 한다.
이씨는 이 동네 노인들이 이해심이 많고, 배울 점도 많기 때문에 같이 있으면 마냥 편할 뿐이라고 했다.
노인들도 이씨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지 손님이 있건 없건 제 집 드나들 듯이 미용실을 찾는다. 성격이 좋고 미용실력도 좋아서 계산동이나 작전동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 할머니가 귀뜸한다.
인근에 동양지구 등 택지가 조성되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미용실이 있는 박촌동은 인심이 좋은 곳이라며 17년간 한 자리에서만 미용실을 운영해 온 소회를 밝혔다.
시간이 남으면 ‘불교경전’을 주로 읽는다는 이씨는 절에 자주 못가더라도 미용실에서 보시를 할 수 있단다. 불쑥 미용실에 들어와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 천원을 쥐어주거나, 밥을 달라는 사람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주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20살에 결혼하고 남편이 군대에 간 사이 미용기술을 배웠고 이후 한결같이 미용을 해왔다는 이씨는 건강만 허락한다면 70세까지 이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같은 사람이 왜 신문에 나와요?” “아이고, 화장도 안 했는데 사진 찍으면 어떻게 해요?”
인터뷰 중간중간 불만(?)을 드러낸 이씨는 “동네 어르신들이 편하게 갈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계양구에 많았으면 좋겠다”며 “이 점만큼은 꼭 신문에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