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寒) 데에 고작 항아리가 대세?…‘화(火)’ 부르기 십상

인천지역 공공기관을 방문한 흡연자들이 구석으로 내몰리며 홀대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건물 내외부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한쪽 구석에 흡연구역을 만들었다.

흡연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모래 담은 항아리 한 두 개나 철재 박스를 놓는 등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이곳의 흡연자들이 궁색해 보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흡연구역 주변은 대부분 나무와 잔디 등이 둘러싸고 있어 바람에 날린 담배 꽁초로 인한 화재 위험도 항상 도사리고 있다.

18일 찾은 인천의 대표 공공기관인 인천시청 한 구석에는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다. 칸막이로 양쪽이 막혀있는 이곳에는 재떨이로 둥근 통과 쓰레기통이 각각 놓여 있다.

옆에는 화단이 있어 바람에 날린 담뱃불로 인한 화재도 우려된다. 실제로 흡연을 끝내고 간 자리에 남은 담배 꽁초에서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서구청 흡연구역도 사정은 같았다. 언덕 위 한 쪽에 자리한 흡연구역의 재떨이에서는 미쳐 다 꺼지지 않은 담배가 여전히 타고 있었다. 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재떨이에 놓인 종이컵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인천 연수구의 G타워 빌딩 주차장 한쪽 인도에 자리한 흡연구역에는 모래가 담긴 항아리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또 송도센트로드 빌딩 옆 숲속 가운데에는 모래가 담긴 철재 재떨이 1개가 외로이 자리하고 있다. 재떨이 모래에는 꽁초들이 구석구석 박혀 선인장 가시를 연상케 했다.

대부분의 인천지역 관공서들의 흡연구역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천소방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주의 화재 원인 중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았다.

그나마 미추홀 타워 흡연구역은 낫다. 입구 옆에 있는 흡연구역에는 나무로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하고 의자를 여러개 배치했다. 철재로 된 재떨이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꽁초만 버릴 수 있도록 구멍을 작게 만들었다.

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간접 흡연을 위해 신경써서 흡연부스까지 만든 관공서가 있었다.

동구는 청사 한쪽에 흡연자를 위한 부스를 세웠다. 부스는 비흡연자의 간접흡연까지 막아주고 있었다.

겨울철 차가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부스는 여름철 더위를 고려해 내부에 에어컨까지 설치했다.

환풍기는 물론 흡연자를 위한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 디자인까지 고려한 재떨이는 화재 예방을 위해 꽁초만 버릴 수 있도록 설치 돼 다른 곳과 대조를 보였다.

시청을 방문한 한 민원인은 “담뱃값을 터무니 없이 올려 세금만 거두면서 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관공서 조차 흡연자들을 한 데로 내몬다는 것은 인간 취급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