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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칼럼] 중국을 바로 보라

아무리 작고 간단한 사물이라 해도, 인간의 언어라는 도구만을 이용하여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 나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이 지면에서 밝힌 바가 있다. 꽃은 아름답다거나 그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간단한 표현을 집요하게 추궁하다보면 우리는 아름답고 좋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는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사정이 이와 같고 보면 언어를 통해 무엇을 깨닫고 “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심지어 위험한 일인지…, 언어로 한 사람을 표현하는 일이 난감한 일이거니와, 하물며 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1993년 중국의 죽의 장막이 우리를 향해 열리던 직후부터 나는 투자를 비롯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국을 무척이나 많이 드나들었고 중국의 동서남북을 두루 부지런히 살펴보았던 경험이 있다. 사업가들과 언론인들을 비롯해서 성장(省長)급부터 개발현장의 실무직까지 적지 않은 공직자들을 만났고 긴 시간 함께 술을 마시기도 많이 하였다. 그때나 이제나 내게 있어 최대의 관심사는 중국은 우리의 삶에 있어 어떠한 존재이며 그 역할은 어떤 원칙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중국통(中國通)을 자임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많고 중국관련 많은 자료들이 유입되고 축적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를 다루는 대한민국의 역량을 보고 있노라면 하품이 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성향이 어떻고 하는 따위의 일반적인 중국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하고, 이번 제19차 전국당대회를 기점으로 강화되는 중국공산당의 1인 권력 집중체제와 우리 안보와 경제가 그들과 사이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초점을 집중해 보기로 하자. 이러한 주제들은 인식의 문제가 아무리 어렵고 위험하다할지라도 그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우리에게 숙명적인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문제가 중국의 외교 전략은 역사적으로 어떤 성향을 가져왔으며 그러한 경향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한 것인가라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러한 질문에 짧게 답할 수 있는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외교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웃 국가들을 모두 오랑캐라고 불러왔거니와,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는 명칭이 그것이고, 이융만적이 모두 오랑캐라는 미개인들 집단을 얕잡아 부르는 호칭이다. 이렇게 이융만적에 둘러싸인 한 가운데 한족(漢族) 홀로 중화(中華)의 자리를 잡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이융만적을 교화하여야 하고 이융만적은 중화를 사대(事大) 조공(朝貢)하여야 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화의 인식은 중국의 유사 이래 오늘까지 변한 적이 없다.

또 하나 중국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인 사실 하나가, 중국은 결코 왕조 국가에서 변화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혁명을 통해 노동자 농민이 주인이 되었다고 선언하였지만 황제의 자리에는 혁명 엘리트들이 중심이 된 공산당이 황제의 역을 대신하고 들어앉았을 뿐, 황제의 권력도, 재산도, 심지어 사회적인 기회조차도 분배된 사실이 없다. 공산당이 황제가 되고 그나마 잠시 등소평에 의해 집단지도체제라는 형태를 갖추었던 공산당마저 다시 1인 집권체제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이번 19차 당대회의 의미인 것이다.

그밖에 다시 더 하나 역사적인 사실을 추가한다면, 중국의 권력은 언제나 하나의 왕조가 2~3백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였으며 그로 인해 집권세력은 항상 권력의 몰락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은 조기에 부패하고 강력한 독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왔던 것이다.

이제 이러한 나라를 이웃한 우리가 그들의 역사적 원형질을 이해하고 그들과 맞대응하기 위해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보여야 한다. 요컨대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일 뿐인 그들을 상대함에 있어 합리적인 설득이나 굴종은 항상 무용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가장 오래 괴롭혔던 베트남이나 구미의 전략, 곧, 강한 힘으로 마주서거나, 그들이 스스로 개방하던 직후처럼 그들의 필요를 끊임없이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들을 상대할 때에 실속없는 미소는 그들에게는 굴종으로 인식될 것이고 문제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빨리 힘을 갖추어야 하고 그들이 악어라면 우리는 빨리 악어새가 되어야 한다. 그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빠져들 것이고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의 넘지 못할 늪이 멱살을 잡겠지만,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준비를 못할 것이라면 그냥 무시하는 콧대라도 보이든지.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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