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기묘사화의 원인이 된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초위왕’의 위(爲)자는 모양이 복잡하고, 벌레가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짧아 글자를 갉아먹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인하대는 민경진 생명과학화 교수 연구진이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14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에는 조선 중종 때 조광조를 없애려는 세력이 궁궐 나뭇잎에 꿀로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의미의 ‘주초위왕 글귀를 새겨 이를 벌레가 파먹게 했고, 이는 조광조가 역모를 꾸였다는 상소로 이어져 결국 조광조는 처형 당했다.

민 교수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2주 간격으로 관악산 일대에서 나뭇잎 뒷면에 꿀로 임금 ‘왕’자를 써두고 곤충의 섭식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어떤 나무잎에서도 ‘왕’자가 새겨진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민 교수는 “‘위(爲)’는 12획으로 이뤄져 있어 그 모양이 복잡하고, 주초위왕 네 글자를 쓸 만한 크기의 나뭇잎이 드물어 곤충의 섭식을 통해 글자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곤충이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짧아 글자를 쓸 수 있는 시간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인위적으로 글자를 만들어 낼 확률이 낮은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예로 박각시나방은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1년 중 20~30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 교수의 연구 논문 ‘Validation of 走肖爲王: Can insects write letters on leaves?’는 ‘곤충학연구(Entomological Research)'지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석·박사 과정에 있는 서응(30), 이보라(27), 최인수(32) 학생이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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