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노인학대’

아들 부부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김모(74) 할머니.

평소 동네를 오가며 이웃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는데 며칠 동안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동네 주민이 궁금하게 여겨 김 할머니 집으로 찾아가자 발을 다쳐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아들 부부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살고 있지만 의식주를 외면한데다 발을 다친 노모에 대해서도 의료 조치를 하지 않은채 방치해 놓았던 것이다.

김 할머니의 발은 썩어가고 집안은 할머니의 용변이 그대로 놓여 있어 악취가 심하게 나 결국 동장에게 신고가 됐다. 돌봐야 할 노인을 돌보지 않고 방임한 것만으로도 노인학대인 셈이다.



노인학대란 무엇일까.

노인의 가족이나 타인이 노인에게 신체적, 언어·정서적, 성적, 재정적으로 고통이나 장해를 주는 행위 또는 노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적절한 보호조차 제공하지 않는 방임,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는 자기방임 및 유기 등을 의미한다.

노인학대는 발생공간에 따라 달리 분류된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그야말로 노인과 동일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의 가족 구성원인 배우자, 성인자녀 뿐만 아니라 노인과 동일가구에서 생활하지 않는 부양의무자 또는 기타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학대 등이다.

시설학대는 노인에게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요양원 및 양로원 등의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를 말한다.

노인은 아동과 함께 반드시 보호 받아야만 한다. 노인의 중요성은 아동이나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관심조차 멀어져 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1남2녀를 두고 있는 강모(77) 할아버지는 알코올 의존도가 심한 아들과 살면서 언어·정서적 학대를 받은 경우다.

평소 아들의 술 문제로 자주 다투었는데 그때마다 강 할아버지에게는 갖은 욕설과 함께 집기가 던져지며 부수어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했다.

아들은 아버지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에게도 술에 취해 밤마다 행패를 부려 이웃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는 일도 잦았다.

결국 강 할아버지는 아들과 따로 살기를 원했고 아들은 알코올 중독치료를 위해 입원하게 됐다.

심한 욕설은 없더라도 고의적으로 따돌리거나 사용공간 제한, 무시, 모멸감, 이유없는 짜증과 화 등도 학대에 해당된다.

방임, 정서적 학대에 이은 신체적 학대는 심각성을 더해준다.

박모(68)할머니는 IMF이후 사업에 실패해 알코올 중독자가 된 아들이 무섭기만 했다.

수시로 집안의 물건을 부수고 폭행을 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박 할머니의 손녀도 아들의 폭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의 딸에게 조차 ‘사창가로 팔아버리겠다’는 등 신체적, 언어·정서적 폭력을 일삼은 것이다.

다행히 할머니는 노인학대예방센터의 도움으로 손녀와 함께 아들과 떨어져 맘 편히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신체적 학대는 흉기위협에서 부터 물어 뜯김, 꼬집힘, 감금, 할큄, 유해한 약물 투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주어진 재정적 문제도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딸을 둔 김모(70) 할머니는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막내딸과 사위에게 8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단 생활비 지원과 원금을 분할해 상환조건을 내걸었다.

김 할머니에게는 마지막 노후를 책임져 줄 전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은 쉽게 깨지고 말았다. 차녀와 사위는 사업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원금 분할 지급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할머니는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비라도 조금 보태달라며 딸에게 애원해 봤지만 결국 되돌아 온 것은 심한 욕설뿐이었다. 재정적 학대 역시 현금이나 부동산 갈취, 유언장 허위 작성, 노인임금 채무 불이행 등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난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학대행위도 문제지만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갈등도 실은 노인학대인 경우가 많아 이웃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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