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안마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안마사 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 인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인천지역 시각장애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역 등록 시각장애인만도 9천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안마사로 활동하는 장애인은 400여명이다.

20년 넘게 안마사 일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최미애(39·인천시 부평구 부평4동)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해부, 병리, 생리, 침술, 전기치료 등을 배우고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힘기르기 차원에서 진행되는 ‘벽주무르기’는 그야말로 고행의 시작이었다.

손힘을 하도 단련하다 보니 손가락이 부어 숟가락, 젓가락을 들지 못해 30㎝자로 밥을 퍼먹을 정도로 처절하기만 했다.

그러나 요즘, 스포츠마사지와 경락마사지가 성행하면서 이들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의료보험에 포함되지도 못하고 정부로 부터 지원을 받지도 못하는 안마는 청각과 촉각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미국의 경우 시각장애인도 타이핑이나 컴퓨터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만, 한국의 경우 안마외 시각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달리 배우거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은 전무한 실정이다.

최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마사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며 “안마사 외에 자신의 적성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비참하기만 하다”며 대안을 호소했다. 청각·지체 장애인들의 직업 선택이 오히려 시각장애인보다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최씨는 시각장애인들의 주장이 집단이기주의로 보이는 현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4만개라지만 그동안 사회의 무관심으로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라는 직업에 선택에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안마사 하나만을 고집하면 집단이기주의겠지만 안마가 유일한 생존권인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임이식(52) 대한안마사협회 인천지부장은 “우리는 정부로 부터 물질적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여전히 직업 선택 자유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밥줄만 끊지 말라는 것”이라며 “대책마련이 될 때 까지 인천지역 시각장애인들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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