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시(斜視)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카지노는 한 지역 사회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꽤 괜찮은 산업이다. 그에 관련한 많은 증거들이 세계적으로 널려있다. 요트 관련 산업도 그렇고…. 도박을 카지노라고 부르게 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모나코부터가 그 증거이다. 좁은 영토에 변변한 산업기반을 갖출 수도 없던 모나코공국이 국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카지노라는 이름의 궁전에 유럽의 귀족과 부호들을 불러들여 노름의 장소를 제공한 것이 도박을 카지노라고 부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인터넷 등에는 까자(casa)라는 이태리어가 그 어원이라고 퍼져 있지만 오류인 것 같고 모나코의 그랑 카지노(Grand Casino)는 원래 카지노라는 이름의 궁(宮palais)이었다.)

아무튼 카지노는 노름꾼들의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사회와 나라의 엄연한 산업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리비에라 해변에 전개되는 꼬뜨다쥐르(Cote d'Azur)관광지 일대는 카지노의 집합단지이고 런던 또한 소호를 비롯해 도처에서 카지노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마카오가 어떻게 카지노를 이용해서 대박을 터뜨렸는지는 지역경제 개발의 역사에서 하나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요트 관련 산업 또한 해양에 면한 도시들에게 있어 대단히 매력적인 돈벌이의 수단이다. 수년 전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를 여행하던 중에 목격한 수퍼 요트 쇼의 충격은 지난 해 찾아 본 LA 롱비치의 엄청난 규모의 요트 계류장에까지 이어지면서 내게 이 산업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고도의 다양한 기술개발을 동반하는 조선산업에서 시작해서 선박수리와 미장, 선급품 조달 산업, 소유자들을 위한 별장의 조성과 그에 연관된 관광 유흥산업, 심지어 선상 관광숙박업 등으로 확장되는, 이 산업이 빚어내는 전후방 연관 효과는 내게 있어 실로 흥분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비록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고 이제 요트 산업은 시드니나 밴쿠버, 모나코, 부에노스아이레스, 소렌토에서, 최근에 조성되는 중국 항구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항구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주요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라도 인천이 카지노와 요트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련한 기반 구축에 나서는 모습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급히 달려가 돌아본 현장이 또 다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물론 내 마음이 우물가에서 숭늉 찾고 첫 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하는 성급함과 초조한 탓일 수도 있을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백 번을 접어 생각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에 관한 의문이 자꾸 긍정적인 생각의 진전을 방해한다.

무릇 산업현장을 조성할 때에는 반드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몇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자본과 노동의 조달의 수월성이라든지, 원재료와 제품의 시장의 문제, 가용기술과 지원행정의 확보 같은 것들이 일차적인 고려 사항이 될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경쟁지역의 존재 여부와 그 수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라고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조성하고자 하는 산업의 형식이나 내용이 경쟁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지상 최초의 것이라고 한다면, 텅 빈 사막에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가 처음 세워질 때처럼, 그 산업 자체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다른 산업의 창업을 유발하는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인천의 경우처럼 강력한 경쟁지역들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에는 창업의 전략은 전혀 달라져야 한다.

당연하게도 인천의 전략은 선행 경쟁 상대들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장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영종의 카지노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싱가포르의 샌즈나 마카오의 베네시안과 강력하게 차별성을 갖는 매력과 화려한 소비 환락의 배후시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왕산에 요트들이 들어차려면 최소한의 선박의 유지 보수를 지원하기 위한 시설들이 동시에 공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연안 크루즈를 위한 항로와 계류시설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요트를 소유한 부유한 소비계층을 겨냥하여 개성 있는 배후 소비단지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전철역 하나 만들어 놓으면 시나브로 도시가 조성된다는 식의 구시대적인 산업조직 전략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현대의 시간은 과거 시간의 흐름의 수십 배의 속도로 흘러가고 시작부터 첨단에 서지 못하는 산업은 곧장 시간의 흐름 속에 쓸려가 버리는 것이 국제적인 경쟁의 모습이다.

하물며 부산에서는 샌즈 카지노그룹이 5~10조 원의 투자를 타진하고 있고 인천의 이웃에는 전곡항이 훨씬 먼저 요트항을 열었다. 도대체 내국인 출입조차 통제되고 주변에 놀거리 볼거리 하나가 준비되지 않은 이상한 파라다이스에 싱가포르에서 마카오에서 누구들이 왜 건너올 것인지가 궁금하다. 요트는 묶여 있고 싶어서 항구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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