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31일 지역자치단체선거는 역대 유례없는 특이한 성격을 남긴 선거였다. 한나라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좋은 ‘인물’들이 대거 떨어졌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싹쓸이지만 사회과학적으로 보면 엄연히 진보세력의 퇴진과 보수권력의 대승리다. 보수권력의 ‘정권대탈환’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을 분석해 보자.

첫째, 지역별로 보면, 전라도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했다,

둘째, 인물본위 선택에서 벗어나 당본위 선택으로 회귀한 선거였다. 즉 인물과는 무관하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있으면 탈락이고 한나라당에 있으면 향원(鄕愿)같은 자라도 대거 당선되었다.

셋째, 종래의 연령별 지지경향이 무너졌다. 즉 연령과 무관하게 우리당이 싫어서 한나라당을 찍었다. 그래서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는 민노당도 억울한 동반 탈락을 강요당하였다.

그러면 인물과 관계없이 당을 보고 찍음으로서 여당과 진보세력의 필패를 가져다 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로 인물을 무시하고 ‘홧김에 서방질’한 대중들의 공통된 심리는 이러하다.

첫째, 경기불황ㆍ취업률 저조ㆍ비정규직 양산ㆍ불안한 대미관계ㆍ답보적 대북문제로 대중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의 정서가 무거운 바윗돌처럼 짓누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이 법만 알았지 정치는 모른다는 국민정서, 즉 정치는 법을 떠나 대중에게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찬 어떤 메리트(merit)를 주어야 하는데 노무현 정권은 이 메리트가 없었다는 점이다.

셋째, 50대 이상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영웅주의심리를 노무현 정권이 일거에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점. 즉 50대 이상의 한국인은 군사정권시절의 영웅주의 심리에 젖어있어서 ‘지시적 습관’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갑작스런 대통령 권위의 상실은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게 만들었고 그의 딸에게 향수를 젖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 현상일 뿐 본질적이지 않다. 그러면 이번선거 돌연변이의 DNA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 정권의 인문과학에 대한 교육부재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교육의 부재에서 오는 민중의 무지가 빚어낸 결과이다. 역사는 변화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박정희시대 역사교육은 영웅주의 사관이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영웅주의사관에 젖어 있는 군중은 아직도 영웅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2002년 남한공동체 구성원들은 노무현을 박정희 이후의 영웅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 영웅이 다시한번 감동시켜 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이 나라는 경기불황ㆍ취업률 저조ㆍ비정규직 양산ㆍ불안한 대미관계ㆍ답보적 대북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현상적 문제는 현 정권의 대안 부재에서 온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 먼 원인이 박정희의 잘못된 유가자본주의적 계획경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것은 노무현 정권의 역사교육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시대변화를 재교육 받지 못한 50대 이상 많은 대중들은 아직까지 영웅주의사관에 젖어 있다. 이렇게 만든 책임은 현 정권에 있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정책을 추진하며 경쟁논리만을 강조한 노무현 정권은 자기책임을 면할 길 없다. 이렇듯 현정권이 인문과학(특히 역사교육)을 소홀히 하고 경쟁논리만 찾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계속 고집한다면 당분간 우리 정치사에는 진보적ㆍ개혁적 정권의 등장은 보기가 어렵게 된다.

이제 노무현 정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퇴진준비를 하든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처음처럼'의 정신으로 개혁정치를 마무리해야 한다. 대세는 탄핵정권처럼 동정심 유발을 할 만큼 유권자의 마음이 유연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마음은 이미 확고하다. 대권도 넘겨야한다는 정서다. 역사를 아는 대통령이라면 이 점을 얕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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