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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김정은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정말로 새 시대가 열린 것일까. 연일 온갖 매체에 이어지는 용비어천가가 간지럽다. 이런 것이 어째서 뉴스가 되어야 할까 싶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손짓 발짓 하나, 그저 평범할 뿐인 일상의 대화 하나가 변화라는 이름으로 누항의 수다스런 공간을 장식한다.

그런 잔칫집에 재를 뿌리자는 것일까. 김정은이 또 다시 아주 위험한 불장난을 이어가고 있다. 문대통령의 당선을 대대적으로 특필했던 북쪽 매체들의 행태와 엇박자가 아닌가 싶어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의 얼핏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무 근거를 알 길 없어 이렇게 저렇게 급히 내놓는 논평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다. 여기에 백면서생들이 이러니저러니 말을 보태보았자 시중에 또 하나의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를 더하는 일이 되기 십상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김정은의 불장난은 우리의 생사의 문제가 아닐 수 없고 그러니만큼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무엇보다 마땅히 “나라”가 나서서 얼른 얼른 답을 내주어야 할 일이겠지만 노상 “그런 짓 자꾸 하면 못써! 혼난다.”라는 수준의 말밖에는 할 일이 없어 보이는 “나라”의 목소리가 왠지 안쓰럽기만 하다.

할 수 없이 이러저런 매체의 소리들을 주워 모아본 결과 가장 많은 의견이 “아마도 미국을 압박하여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인 것 같다”라는 것 정도다. 그러나 아무래도 거기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미국이 이 정도의 무력도발이 무서워서 대화로 풀자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그만큼 미국은 정말로 북쪽의 핵폭탄과 미사일을, 그것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까 싶어 두려워하고 있을까. 미국이 정말로 그렇게 김정일을 미국에 대한 현존하는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인식한다면 그 원천을 일시에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쉬운 선택이 아닐까.

만일 미국이 북쪽의 이런 정도의 위협에 굴복해서 북쪽 달래기에 나서게 된다면 그 다음에 미국이 전 세계무대에서 지속하기를 원하는 미국패권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중국과 관계를 생각해 보더라도 미국이 그렇게 쉽게 중국이 원하는 카드를 굴욕적으로 집어 들어야 할까. 그렇게 해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평화를 위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 아닌가?

이러한 의문의 끝에서, 미국이 지금 한반도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듯 하면서도 시종 미적거리는 모습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차라리 일본의 핵무장을 합리화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정도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많은 의문들의 아귀가 맞아들어 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어차피 내부 독재의 모순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도 동북아의 긴장을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핵무장이 조만간 필연이라는 사실을 읽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진심이 북쪽의 핵무장을 막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미·중·일이 동북아에서의 충돌을 미래의 가능성 높은 현실로 이해하고 있다면, 김정은의 이런 도발은 미·중·일 누구에게도 내심 거절당할 일이 아닌 것이 된다. 게다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사드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세력이 남쪽에 들어선 참에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서 모처럼 벌어진 중국과 남측의 사이가 다시 봉합되기라도 한다면 그로서 즐거울 일은 아니다.

중국에게도 억지를 부려가며 모처럼 잡은 대한민국을 주무를 기회를 적절히 연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니 중국이 내심 미소 짓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해야 할, 세력이 바뀐 대한민국만이 딱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은 모두가 가정이고 어차피 누구라도 무한다면(無限多面)한 특성을 갖는 국제적 역학의 현실에 대해 정답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변하지 않는 최선의 원칙은 나라를 지키는 일에 관한 한 항상 최악의 가정 하에 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어설픈 동북아 평화 따위 도그마를 힘없는 약자가 먼저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당백의 경륜을 갖추었다는 외교 특사들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과 중국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머리들이 과연 김정은의 복심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머리뿐만 아니라 뱃속까지 읽어내야 하는 것일 텐데…. 물론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그 난해한 인물들을 읽어내야 하고.

그러나…, 국방에 역사적으로 무슨 다른 답이 있었는가. 오직 강군(强軍) 이외에…. 샴페인 잔속에 위기가 담기지 않기를 빈다.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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