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나무는 딱딱한 껍질을 뚫고 일제히 연둣빛 새순을 내밀고, 꽃은 조금씩 부풀어 오르다가 몸 전체가 꽃다발이 되었다. 대지의 밑바닥에 흐르는 것과 우리의 핏줄 속에 흐르는 것은 모두 똑같은 생명이다.

그러나 자연은 대지 위에서 봄을 완성시키고 또 다른 계절의 풍경으로 이어져 갈 테지만 인간은 시간과 함께 사라져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담과 이브 이래 인간의 생명은 어머니로부터 왔다. 역사를 통틀어 어머니 없는 자식은 없을 것이며, 어머니의 뼈와 살을 나눠받아 태어났기에 중요한 순간에 어머니와 함께 하기를 바라며 영적인 교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은 어머니로 인하여 그의 삶이 시작되고, 어머니의 노고로 자랐건만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게 어머니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신경질 내고 함부로 무시했던 일이 좀 많았던가. 넘치는 사랑에 고마운 줄 모르고 내리 사랑이라며 당연하게 여긴다.

내 아들은 T셔츠 앞판에 제 딸 사진을 인쇄해서 입고 다닌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 가득하다는 것이고 눈에만 비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이 자리한다는 뜻일 게다. 내 어머니도 가슴에 담아 놓은 7남매의 얼굴이 있을 텐데… 어머니는 여러 자식을 품어 키웠어도 자식들은 한 분 어머니를 못 모신다. 이제 자식들이 성장하고 나서 아무런 역할도 없고, 인생의 정상인 산등성이까지 올라갔으니 계곡을 향해 내려올 날만 생각하고 계신다.

후회될 줄 알면서도 봄눈처럼 갔다 금방 돌아와야 하는 친정나들이. 오늘도 미동 하나 없이 대문 앞에 홀로 앉아 계시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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