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실의 백화점으로 보인다. 의사결정과정, 업체선정과 공사 진행과정, 공기, 공법, 차량선정, 시운전, 준공검사, 운영계획까지 어느 한 단계도 온전한 부분이 없다. <중략> 공개적으로 결정되었던 노면 전차사업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모노레일사업으로 바뀔 수 있고, 시공 경험이 없는 건설사가 어떻게 공사를 맡게 되며, 단 한 번도 사용된 실적이 없는 공법과 차량, 운행 시스템이 어떻게 채택이 되고,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기(工期)를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를 메울 길이 없다는 지적에도 왜 이런 사업이 강행되어야 했던 것일까.”

월미은하레일에 대한 1년여에 걸친 시운전 점검 결과를 놓고 한창 논란이 뜨겁던 송영길 전 인천시장 취임 초기에 내가 한 매체에 실었던 칼럼의 일부다.

당시 나는 이 글의 끝에서,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실험하지 말고 깨끗이 헐든지 전면 재시공을 하든지 용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그러한 내용의 토론회도 몇 번 개최되고 하였지만 끝내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송시장의 임기 내내 표류하던 이 사업은 2013년에 이르러 다시 5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여 레일바이크로 사업방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일단락을 짓는듯했다. 그러나 그 또한 2014년 월미도 상인들과 중구청까지 나서서 반대하는 바람에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가 유정복 시장에 의해 모노레일 사업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고 인천교통공사는 2015년 2월 민간사업자인 인천모노레일 측과 월미모노레일 건설협약을 맺기에 이른다.

안상수 전시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세 사람의 시장이 이 사업의 해결에 매달렸고 10년의 세월과 이래저래 무려 1,000억여 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 사업은 최근 교통공사와 민간사업자간에 맺은 협약이 교통공사 측에 의해 인천모노레일에게 해지 통보됨으로써 최종 무산되었다. 인천모노레일 측이 사업비를 제때 조달하지 못하고 어떤 공정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교통공사는 이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여 계속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를 위하여 차량제작과 시설개선공사에 최소한 200억 원 정도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고 민간사업자 측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연 교통공사의 계획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천에는 비단 월미은하레일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장기 미제(未濟)와 실패한 개발사업이 도처에 널려있다. 국제업무도시 조성, 로봇랜드 조성 따위 경제자유구역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 대개가 그렇고 용유무의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 루원시티 건설 사업, 인천도시공사를 파산 직전의 상태로까지 몰고 갔던 검단 신도시 조성 사업 따위가 그렇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아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세상의 일이 어려워지는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부여되어 있는 조건으로 보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거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일에 뛰어들거나, 일보다 탐욕이 앞서는, 다시 말해 젯밥에 먼저 눈이 먼 부패한 정신으로 일을 추진할 때, 그리고 사회적으로 책임이 불분명할 때가 그러한 이유들일 것이다.

아마도 인천의 실패는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인천시가 이러한 사업들을 결정할 때에 그 흔한 경제성 분석이라도 제대로 한 번 수행해 본 적이 있었나. 인천시에 그러한 대형 사업들을 추진할 만한 인재풀과 재정적인 능력, 또는 자본 유치의 능력이 준비되고서 사업결정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 무엇보다도 인천의 권력들은 정말로 오직 멸사봉공의 영혼으로 무장된, 개인적인 욕심이나 정치적인 인기영합에 상관없는, 책임지는 “일꾼”들이었는가.

월미은하레일 같은 사업은 계산이 복잡한 사업도 아니다. 자산 상각이나 자본의 사회적 할인율 따위 따질 것 없이 단순계산으로, 교통공사가 인천모노레일과 당초 협약했던 대로 일 년에 8억 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한다면 1,000억 원의 지금까지의 재정 투입 비용만 상환하는 데에도 125년의 세월이 걸려야 하고, 인천시가 직영하여, 이용객 1인당 순이익을 1,000원씩으로 계산한다면 1억 명의 이용이 필요하다. 몇 년이 걸려야 할 것인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더 이상 쓸데없는 실험을 계속할 생각 말고 매몰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싶다. 네 개 역사는 다른 문화 시설 용도로 재활용방향을 찾고 선로의 철거 비용은 고철업자들을 동원하여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우리의 자화상을 더 이상 일그러뜨리지 않았으면 싶어서 하는 얘기다.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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