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인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서해 5도에 사변이 일어날 때마다, 인천의 관광발전 전략이 거론될 때마다 어금니에 신물이 나게 들어온 말이다.

이제는 기억조차 아련하게 멀어진 연평도 교전 사건(일명,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은 후에는 거의 모든 중앙의 행정기관들이 앞 다투어 서해5도 발전 전략을 앞 다투어 쏟아냈다. 당시 쏟아져 나온 옹진군에 대한 발전 계획(인천시와 옹진군 자체계획 포함)의 예산 총액을 대략 집계해 본 금액이 무려 5조원에 달했다. 대개 집행기간이 5년 이내의 것으로.

그리고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오늘 옹진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최전방 일부 도서에 군 방어시설을 조금 손질하고, 그밖에야 육지의 다른 동네들에서도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 정도가 진행된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은 사람이 들어가야 변한다. 사람이 모여들 수 없는 섬에 변화가 찾아올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섬의 변화는 육지와 연결하는 교통수단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변화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인천의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섬에 접근하기 위한 교통체계를 바꾸기 위한 투자부터 시작하라고 돌부처도 돌아앉을 만큼 떠들어댔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정복 시장은 시장직에 취임하자마자부터 섬을 돌아다녔다. 섬에서 캠핑도하고 선상토론회도 주최하고. 그래서 이제는 달라지나보다 하고 기다렸지만 대답은 얼른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지난 해 12월 28일, 인천발전연구원이 “도서지역 해상교통 접근성 향상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는 소식이다. 토론회에 초청받지도 못했고 아직 용역보고서 자료도 입수하질 못해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신문보고 아는 정도”일 뿐이지만 일단 반갑다. 책임 있는 행정기관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뭄 뒤 단비에 젖는 풀포기의 심정이다.

최종보고회가 끝났다니까 이제 남은 절차는 인천시 행정부가 최종 납본된 보고서를 기초로 행정부의 집행안을 만들 것이고 그를 근거로 해서 중앙이나 기초자치단체와 협의를 시작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진작 최종보고가 나오기 전에 이런 글을 써도 썼어야 했을 것이지만…, 아무튼 이제라도 급한 마음에 신문보도 내용을 기초로 몇 가지 토를 달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의 계획은 분명한 미래의 목표 값의 설정을 전제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교통의 목표 필요량에 충분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교통 공급계획이 확보되는, 분명하고 현실적인 수단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인천의 도서에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관광산업의 목표가 설정되어 있지도 않고, 수산업의 내일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섬에 특화된 농업이나 농·수·축·임산물에 대한 가공산업 발전계획 같은 것은 아예 검토조차 된 사실이 없다.

만일 인천의 행정이 섬의 가치에 대해 정말로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한다면 이러한 계획들에 대한 목표 값이 부여되어야 하고 그러한 목표는 당연히 이번 교통량 연구에 우선적으로 반영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섬에 이르는 교통은 육지의 버스 운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다양한 고려사항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배의 크기와 통행량의 결정에 따른 부두의 설치와 물양장, 선착장의 설치는 수시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도시계획과 도로의 건설에서 미래예측에 대한 실패로 인해 곳곳에서 엄청난 낭비를 경험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 엉터리 도시계획을 바로 잡는다고 천문학적인 도시개량 비용을 끝도 없이 지불하고 있고 대개의 도로나 교량, 교통망들이 합리적으로 건설되고 운영되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거니와 섬의 교통의 문제는 그럴 수가 없다. 한 번 결정한 것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 발생하게 될 사회적인 비용이 육지부의 그것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과 선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필요자본이나 비용, 인력 조달의 문제에 있어 비교하기 어렵고 그러니만큼 버스준공영제의 사례는 선박운영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섬과 섬을 잇는 수상택시가 육지의 택시와 같은 형태로 운영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나의 걱정들은 용역 보고서에 이미 모두 실려 있는 당연한 얘기들일 것이다. 이제 제발 배의 출항여부에 삶의 절반이상을 묶어야 하고 육지에서 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부당한 고통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대한다.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다양하게 들어찬 섬의 개성을 찾아 행복한 유람을 즐기는 날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졸속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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