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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칼럼] 인구 300만의 흥분, 그 한 해를 보내며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사회적 정체성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항목이라는 것을 문득 문득 느끼곤 한다. 그것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국민들이라고 해서 다르지도 않은 것 같고.

자신의 도시를 끔찍이 자랑스러워하는 몇몇 사람들이 “런더너”, “뉴요커”, “파리지엥”이라고 으스대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나 또한 어디서 왔느냐는 첫 질문을 받고 생면부지 외국인에게 인천에서 왔다라고 답하는 적은 거의 없다.

그렇게 지구촌 안에서 나의 정체성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 다음에 인천시민이라는 순서로 구성된다. 그러한 순서는 내가 제아무리 연수구나 인천에 모든 애정을 쏟는 유별한 애향지사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이와 달리 자신에게는 인천이 최우선이라거나 자신의 출신지역구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유별난 인사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래서 나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와 올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을 놓고 방황한다. 이 언어들이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인천을 각인시키기 위하여 선택된 언어라면, 그런 선전이 효험이 있고 없고 간에, 나는 내가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무슨 얘기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 알맞게 골라 쓰면 되는 것이긴 하겠지만 과연 모든 길이 한 도시로만 집중되는 창조적인 나라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 창조적인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나라에서 한 도시만의 번영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지….

아무리 중앙집권보다는 지방 분권이 강조되고, 온 세계가 나라보다는 도시 단위로 경쟁하는 시대라는 말에 유념한다할지라도 요즘 우리나라의 지방분권화 경향은 무언가 상궤를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역들이 과잉경쟁을 하다 보니 좁은 나라에 경제 자유구역이 8개나 되어 전 국토가 동일한 모델과 시스템으로 경쟁하는가하면, 모든 광역자치단체의 발전계획은 물류, 관광, 문화, 교육, IT, BT, NT, MICE, 바이오, 테마파크,…등등, 창조는커녕 이제 목표의 전국 공유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모든 항구도시는 똑같이 세계 제일의 선석(船席) 수를 가진 동북아 또는 세계의 물류 허브를 꿈꾼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도시마다 수십, 심지어 수백에 이르는 그렇고 그런 축제를 치른다. 이러고 나서야 지방분권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도시는 본래 그 땅에서만 가능한, 무언가 “먹고 살 거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도시의 생명력은 그 도시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특별한 장점과 개성으로부터 비롯한다. 세계적인 어떤 대도시, 어떤 살만한 곳으로 정평이 난 도시들이라도 그 성립의 원칙은 다르지 않다. 비록 전적으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비역사적인 도시라고할지라도 역시 도시의 기본적인 기능은 인구(人口)의 부양(扶養)이다.

우리는 올해 이 도시의 인구가 300만 명을 넘었다고 법석을 떨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고 해서 인천시민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구 300만이 넘는 도시에 살게 되었다고 별안간 국내외 어디 가서 새롭게 자랑할 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도시들 중엔 인구가 백 만도 되지 않는 도시가 허다하고 지구 위에는 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도시가 즐비하지 않은가.

다시 강조하거니와 도시의 능력은 그 도시가 얼마나 그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를 지속적으로, 안락하게 부양할 수 있느냐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다. 지방 분권이라는 것도 그러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때라야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올해 이 도시의 인구가 300만을 넘겼다면 우리는 올 한 해 더욱 치열하게 이 도시만의 지속 가능한 먹고 살 거리와 쾌적성에 대해 고민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했는가.

을왕리의 해를 넘기는 노을 속에, 내 눈에는 또 다시 어지럽게 마구 흩뿌려진 정치적 선전의 깃발들만이 명멸한다. 300만이라는 숫자가 정치와 행정의 권력들에게 권력의 확대라는 즐거움보다는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새해에는 달라질까?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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