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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다음은 무언가?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소장

대학 3,4학년들로 구성된 지역경제론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면서…?. 그런데 어떤 권리이든지 그것이 사회적인 것일 때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의무를 전제로 해서 성립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전철 표를 사야 전철을 탈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니까. 그렇다면 그대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어떤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가. 우선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의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답은 통쾌하게 즉시 터져 나오지 않았다. 다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성인들에게 물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국민의 4대 의무에 대해 우리는 통상 생각하지 않고 산다. 흔히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다음에 이르러 입이 얼어붙는다. 병역의 의무나 납세의 의무와 달리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는 헌법 조문이 권리 항목과 함께 배열되어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교육이나 근로는 권리라고만 생각하기 쉬워서일 것이다.

마침내, 교육을 적절하게 받지 않은 구성원들로 질서 있고 안전한 민주적 사회를 구성하기 어렵고, 국민들이 근로를 회피하는 국가라면 발전은커녕 국가의 성립조차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을 받고나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암튼 우리는 대체로 국민의 의무 같은 걸 잊고 산다. 국방의 의무는 되는 한 빠져나가는 것이 재주이고 세금은 적게 내고 안 낼수록 영리한 것이다. 그래서 간간이 국외 이민자들이 병역을 자임하고 들어오면 흔치않은 미담이 되고 근로소득자들의 60%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역 기간을 줄여주고 의무병들에게 급여를 올려준다는 것이 득표의 수단이 되고 각 정당은 근로소득세 감면의 폭을 경쟁적으로 넓혀주겠다고 표를 유혹한다.

공익적 가치에 헌신하고 공공적인 미덕을 고양하는 교육 따위는 설 땅이 없고 돈과 권력을 얻는 무기로서의 교육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경찰서의 교통사고 처리반에 출석하면서 주저 없이 “아는 연줄과 센 힘”을 찾는다. 삶의 가치와 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재테크라는 사회 파괴적인 기술이 경제학의 자리를 대신한다.

내가 느끼는, 70년 가까이를 살아온 오늘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의 흐름, 그 주류가 이와 같다. 아닌가?

만일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리 사회 속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나, 최순실의 발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아무리 댓수(代數)를 늘려나가도 변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날로 더욱 추악해지기만 하는 우리의 국회를 비롯한 정치판을 설명할 수가 없다. 만일 이런 현상이 그들만의 이단적인 문제일 뿐 대다수 국민 의식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실로 다행인 일이고 전혀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떤 것이 옳은 판단일까.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방법을 수없이 널려있는 선례들에 의지해서 돌이켜 생각해보자. 그들이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걸어간 길은 도덕성의 수련과 경륜의 연마, 애국과 공익의식의 치열한 수련과정, 풍부한 교양과 국익을 탐색하기에 적합한 정보와 지식의 축적과정…, 그런 것이었을까. 그런 길을 걸은 사람들이 몇이라도 있기는 할까.

다시, 그들을 비판하고 견제하여야 할, 대중적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언론과 시민운동의 중심에 자리 잡고 앉은 소위 제4의 권력들은 어떻게 오늘의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그들은 정말로 대중들이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별도의 인격과 실력의 정련과정을 거쳐 그곳에 도달한 것일까.

한 번 더 생각해서, 이러한 인적요소 – 대중, 정치집단, 언론과 시민사회 조직들이 둘러 모여 앉으면 과연 그곳에서 그들의 속성과는 전혀 다른 슬기로운 사회적인 대안이나 “죄와 벌”에 관한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답을 낼 수 없는 인적요소들이 모여 억지 답을 조작하고 나면 늘 그 다음은 더욱 어렵다. 우리는 4·19 이후에 5·16을, 1979년 10월 “서울 민주화의 봄” 이후에 12·12를, 광주민주 항쟁 이후에 그토록 긴 군부독재를, 1987년 6월 10일 이후에 3당 야합이라는 정변을 겪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러한 경험들로부터 좀처럼 넘어서기 어려운 지역의 분단과 고집의 분열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지금, 바로 지금, 나라 안팎에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맞서고 앉아 우리 모두 스스로부터 치열하고 냉철하게 성찰하는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 앞에, 바로 다음의 순간에 올 것들에 대해 질문해야 하지 않는가.

 

인천신문  itodayin@incheon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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