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인들의 작품을 계절마다 갈무리해온 ‘작가들’ 여름호(17호)가 나왔다. 2004년 겨울호(11호)를 맞아 계간지로 전환된 이후 어느새 여섯 권째다.

지난 호부터 신설된 기획 ‘이 계절의 작가’에서는 임선기 시인(연세대 불문과 교수)을 초대, 작품 7편을 싣고 문학평론가 조강석씨가 비평을 붙였다. 올해 첫 시집을 출간할 예정인 임 시인의 사유 깊은 시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평론가는 “우리 시에서 낭만적 정신의 원형을 보여주는 드문 예에 속한다”고 짚었다.

고 박영근 시인을 추모하는 특집도 볼거리다. 시인의 연보정리와 그동안 펴낸 다섯 권의 시집에서 대표시 6편을 선별했다. 이경림 선배시인의 조사와 김창수 평론가의 비평문이 함께 실렸다.

시인의 생애를 함축하고 있는 ‘그 房’과 ‘이사’ 등을 검토한 김창수씨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일종의 예감”이라고 평했다.

3회의 연재 만에 이번호로 대미를 장식하는 유채림의 장편 ‘금강산, 최후의 환쟁이’는 우리 소설계에 묵중한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어느 장인적 예술가의 삶을 통해 우리 분단사의 문제를 재조명한 이 장편은 조만간 단행본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아동문학의 흐름, 천명관의 ‘고래’, 박정애의 소설 등을 점검한 박숙경, 임병권, 류수연의 평론도 다채롭다. 근작을 다루지 못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비평언어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현장통신’으로 5·3인천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성찰을 시도한 조현연의 ‘5·3에서 미래’는 먼 과거도 아니면서 묻혀있기만 했던 인천지역의 민주화운동사를 복원하는 긴요한 글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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