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창호 대신 일반창호 설치 ‘눈속임’…화재취약 대형사고 우려

   
▲ 일반창호가 방화창호로 둔갑해 설치된 공동주택 모습.(사진제공=인천 남부경찰서)

수천세대에 달하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일반창호를 방화창호로 속여 시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건축법위반과 사문서위조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사 A(5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창호도매업자 D(46)씨등 10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3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인천 남·남동·부평구 상업지역내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총 110개동(7020세대)을 신축하면서 화재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건물 외벽 방화창호를 일반창호로 눈속임해 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사 A씨는 건설업자 17명으로부터 공동주택 31개의 건축설계와 공사감리 업무를 수임하는 조건으로 범행을 돕기로 공모하고 공동주택 공사기간 중 일부 현장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제공하는 등 범행에 직접 가담했다.

A씨는 또 모든 건축공정이 적법·적합하다는 의견의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구청해 제출한 후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대가로 공사감리비용 8억3000만원을 챙겼다.

건축사 B(43·구속)씨 등 20명은 A씨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거나, 건축현장에서 감리업무도 하지 않으면서 건축주에게 감리 배치 신고에 필요한 자격증만 대여해주고 4000만원을 받았다.

건축업자 C(42·구속)씨는 공동주택 11채를 시공하면서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방화창호를 부실시공한 뒤 건축사와 짜고 납품거래 자료 및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준공검사에서 합격을 받아냈다.

창호도매업자 D(46)씨는 건축업자들에게 건당 300만원을 받고 허위 납품거래 자료와 시험성적서 수십 부를 제공했다.

조사결과 이들이 사용승인 때 구청에 제출한 방화창호 납품확인서와 공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는 모두 허위 문서인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위반 건축물 대부분은 건물 사이 간격이 1.5m 이내로 화재발생시 인접 건축물로 확산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상업지역내 건축물에는 관계법령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다른 층이나 인접 건축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연·내화 성능이 있는 방화창호가 시공돼야 한다.

하지만 방화창호는 일반창호보다 최고 10배 비싼 가격차이(KS제품 기준)로 인해 소규모 건축현장에는 흔히 ‘하이샤시’로 불리는 플라스틱 창틀에 강화유리를 눈속임으로 시공하는 행태가 만연돼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반창호의 경우 화재에 10분도 견디지 못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불길이 외벽을 타고 확산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례로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사건의 경우 외벽 마감재를 불연재(不燃材)로 시공하지 않고 화재에 취약한 저가 자재를 사용, 주차장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이 순식간에 건축물 전체로 번져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건축설계와 공사감리 업무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고, 건축공무원은 대게 현장실사 없이 건축사가 보고서로만 건축공사의 적법성과 적합성을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적발된 사례와 같은 불법행위가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영민 기자 jjujulu@incheon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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