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고약한 골칫덩어리 처분하고 기증도 하니 좋아”
“의미는 있지만 과로로 힘들어…” “용돈벌이 사라졌다”

 
초가을 햇볕이 따가운 거리. 시원한 나무 그들을 따라 걷기를 피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은행나무 열매인 은행(銀杏) 때문이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떨어지고 짓이겨진 은행 때문에 얼룩덜룩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바닥만 지저분하면 그나마 괜찮다.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는 열매라지만 그것들이 풍기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떨어진 은행을 피해가다 잘못 밟기라도 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한다. 행여나 때를 잘 못 맞추면 새똥을 맞듯 머리위에 고약한 덩어리를 맞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인천시가 가을 거리의 악취 불청객 ‘은행’ 수거에 나섰다. 시민들이 은행 때문에 겪는 불쾌감이나 피해를 덜기 위해서다. 환경미화원을 동원해 떨어진 은행을 줍고 또 장대로 은행나무 가지를 흔들어 은행을 떨어뜨린 후 한 데 담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시는 주운 은행들을 9월말까지 보관 후 중금속검사를 거쳐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할 계획이다. 시설들이 제공 받은 은행을 자체적으로 나눠 먹던, 껍질을 벗기고 햇볕에 말려 내다 팔던 거기까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미화원들을 동원해 은행을 수거하는 작업은 인천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이미 시작한 곳은 시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고약한 냄새와 봉변을 덜 수 도 있으며 골치덩어리지만 기증을 통해 기부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A씨는 “아침에 미화원이 장대로 은행 터는 것을 보고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며 “거기에 기증도 한다니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반색했다.

반면 미화원 B씨는 “은행을 무작정 버리는 것 보다 한 데 모아 기증을 한다니 의미 있는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은행은 줍는 일도 만만치 않고 은행수거가 끝날 무렵 부터는 낙엽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미화원들의 은행 수거작업에 서움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은행털이 알바(?)다. 박영임(가명·78)씨는 매년 가을이면 은행을 주워 용돈을 마련했다. 아침마다 비닐봉지와 집게를 들고 은행을 주웠다. 껍질을 까서 잘 말려 시장상인에게 팔면 ㎏당 4~5천을 받아 챙길 수 있었다. 용돈을 버는 재미에 휴일 날은 버스를 타고 남편과 함께 인천시청 근처로 은행 털기 원정을 다기기도 했다.
하지만 미화원들의 은행수거 작업이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큰 거리에서는 은행을 주울 수가 없어요. 새벽일 하는 미화원들이 다 쓸어가기 때문에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늦은 거지. 동네에서 줍기는 하는 데 그나마 시원찮아.”
박씨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병충해와 공해에 강해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는 수종으로 가을철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조경수로도 많이 심어졌다.
인천지역에는 총 4만7천그루의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이중 약 30%인 1만5천그루는 열매를 맺은 암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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