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한국문화유산 사진전’ 18일 개막
사진작가 배승자, 국내 12곳 전역 촬영 60점 출품

 
 
우리 문화유산을 만나기 위해 쉼없이 차를 달려 산을 오르고,  길을 걸었다. 여정이라기 보다 ‘열하(熱夏)의 고행’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무거운 렌즈가 어깨를 짓눌러 등줄기를 조여 오고, 뜨겁다 못해 화기를 품은 태양을 늘 머리맡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름드리나무 그늘이 유혹해도 발길을 재촉했다. 소나기를 만날 때 만 가쁜 숨을 눅이자고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렇게 뜨거운 여름과 맞서며 렌즈로 역사와 자연, 예술을 아우르는 답사기를 완성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사진전’은 배승자 작가가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이다. 그간의 작업이 감성의 더듬이 한껏 세워 내면을 성찰하고 미적 감성으로 변형하고 표출하는 과정을 추구했다면, ‘우리를 돌아보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작업은 달랐다.

작가적 감성만을 통해 사실적인 대상을 그대로 포착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12곳 모두가 생생한 입체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앵글로 포착한 문화유산들은 무성한 녹음속에서 고색창연(古色蒼然)하면서도 도도한 기품을 자아내고 있었다. 유유자적 세월을 견뎌낸 유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거친 숨결이 살아있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때로는 신비로움이 또  뭉클한 감동도 느껴진다.
이번 작업은 작가 자신의 사진 미학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사실감을 부각하는 다큐 사진이 자신의 감성을 통해 새롭게 살아나 소통하고 감동할 수 있다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경주 남산 용장사터 삼층석탑은 지금까지도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신라인의 모산인 남산 전체를 기단으로 우뚝 서있는 형상이라 웅장함을 넘어 호방함, 경이로움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감동’ 그 자체였다.

작가는 이들 문화유산을 탐구하는 것을 평생작업을 삼기로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형상 모두를 렌즈에 담을 작정이다. 색과 빛을 달리하면 계절을 품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 가슴이 설렌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면서도 인천시가 지원한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출품작은 경주 남산 용장사터 삼층석탑, 전남 화순 고인돌 등 총 60점이며, 공간 부족으로 액자로 걸지 못한 작품들은 영상으로 전시된다. 출품작품 모두는 인천시에 귀속된다.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사진전’은 유네스코 인천시협회가 주최하며 장소는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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