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전격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등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발빠르게 내부 수습을 꾀하고 나섰으나 이번 선거 참패에 따른 충격파가 워낙 큰 탓에 당 전체가 구심점과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결과를 놓고 당내에선 당 해체론에서 심기일전론까지 양극을 오가는 다양한 의견들이 터져 나오는 등 원내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이 하루아침에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이다.

선관위 최종집계 결과를 보면 기초단체장 선거도 광역단체장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 압승, 열린우리당의 몰락, 민주당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전국 기초단체장 230개 선거구중 한나라당 후보가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155곳에서 당선된 반면 우리당은 19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인천에서는 10개 지역 중에서 강화군을 제외한 9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고 경기도에서는 31개 지역 중 27곳, 서울에서는 25곳 전부를 싹쓸이 해 수도권 66개 선거구 중 5곳을 제외한 61곳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역을 사실상 접수한 셈이다. 반면 우리당은 수도권 전체에서 고작 한 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그간 당정분리의 원칙만을 내세워 여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당 사상 최악의 참패로 귀결된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선거 패배를 예견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얻은 득표수가 야당 후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결과를 보여준 것과 이번 선거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전국 단위의 선거인데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표출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의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지난해 4.30 재·보선과 10.26 재선거에서 연이어 완패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조차도 야당이 이렇게까지 큰 격차로 승리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의 결과는 엄중했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그간 정부 여당이 보인 행태에 신물이 나서...” ‘야당 싹쓸이’에 대한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여정부가 ‘야당 싹쓸이’의 결과를 안겨준 민심의 현 주소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이 우려되는 집권 후반기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정부 여당은 가능한 빨리 ‘민심의 겸허한 수용’을 바탕으로 향후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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