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지방선거 분위기도 5.31을 기점으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메니페스토 캠페인’이라는 참공약 실천 운동이 함께 벌어졌다.

공약의 실현가능성, 구체성, 예산조달 타당성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이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선거에도 여전히 과거의 선거와 같이 제목만 있고 구체적 실천계획들이 담보되지 못한 구호성, 선심성 공약들이 남발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정책선거 보다는 이미 전국적인 각 정당별 지지도에 의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세가 고착되는 선거분위기가 시종일관 지속되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먼저, 우리 시민들이 앞으로도 참주인 대접을 받으려면 세금으로 만들어 배포된 선거공보물을 잘 보관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선거가 끝났다고 일회용 휴지처럼 바로 휴지통에 버리면 자원의 낭비이기도 하겠지만, 참공약을 검증하는 참주인으로서 소중한 권리도 구겨버리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메니페스토 운동은 보험과 비슷하다. 정치인들의 선거전 공보물은 보험증서인 셈이다.

잘 보관해야 어떤 공약이 잘 실천되었고 잘 되지 못했는지 정확하게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다.

4년동안 두고두고 보면서 자신이 지지한 또는 비판했던 후보자들의 선거전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는지 잘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공을 들여야 진정한 메니페스토 운동이 성공하는 것이고 보험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시민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선거에 나선 각 후보자들은 시민들의 큰 염원중의 하나인 환경적인 삶의 질 향상 보다는 환경을 들러리 세우는 ‘개발’공약들을 더 많이 쏟아 놓았다고 본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만 살펴봐도, 공약자체에 ‘~개발, ~추진, ~건설, ~유치, ~실시, 건립과 완공’등을 빼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몇 개의 환경공약은 액세서리 정도의 구색 맞추기 공약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당선되던 인천 전역이 온통 공사판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많은 공사와 건설을 하면서 어떻게 먼지와 대기오염을 잡을 것인지, 드넓은 생명의 갯벌을 다 매립하고 산을 밀어 골프장을 만들면서 무슨 환경보전과 자연이 숨쉬는 인천을 만들 수 있는지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다.

물론 현재 사회적으로 빈부에 의한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높은 청년실업률 등 불안정하고 어려운 사회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성장에 의존한 고용창출과 세수확대로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결코 공약 몇 개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환경단체에서 실시한 ‘2006인천시민환경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인천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열악한 인천의 환경문제 때문에 다른 시·도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개발계획들만 발표되고 진행된다면 인천의 환경문제는 더욱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선자들에게 축하와 더불어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개발공약의 조속한 추진이 아니라, 현세대와 후세들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사업을 우선 벌려놓고 보자는 추진방식도 탈피해야 한다. 과거 무계획적이고 졸속한 난개발이 우리 인천의 환경을 황폐하게 만들어 시민들이 떠나고 싶은 도시로 만들었다 면, 앞으로는 환경보호를 고려하지 않는 ‘계획적인 대규모의 개발’에 의해서도 환경이 악화될 것이다.

현재 인천지역의 환경문제를 보면 크게 계양산 난개발, 수많은 골프장, 경인운하, 송도갯벌 추가매립, 문학산 군부대 이전 등 산재한 환경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이는 이제 당선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대규모 개발은 반드시 환경파괴를 가져오게 되며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경험이다.

우리들 세대 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까지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명제를 화두로 삼고 올바른 정책들을 반영하고 집행 해 나갈 때 우리 인천은 환경도시로, 나아가 생태도시 인천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선거의 당선자 뿐만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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