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이 많아요. 5년전 인천시립무용단 감독으로 왔을 당시 ‘창단 20주년’이 떡하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앞으로 25주년을 염두에 두고 나가자고 재단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매년 인천시립무용단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물을 하나씩 만들어가자. 해서, 시작한 것이 연작시리즈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우리’입니다. 올해 25주년 경축 무대는 당연히 네 작품의 엑기스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가야죠.”

한명옥 인천시립무용단 감독의 2006년을 여는 심정이다. 말대로 창단 25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어느해보다 마음이 바쁘다. 상반기만도 시민들을 초청하는 3개의 대형무대를 준비했다.



만나자마자 운을 뗀 공연은 이렇다. 창작품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우리’를 만나는 ‘갈라’ 형식 무대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 미추홀을 근거로 부임 첫해 선보인 ‘미추홀 생명의 땅’과 이듬해 인천의 근간이 되는 바다를 매개로 한 ‘월인 천강지곡’, 시조 ‘두루미’를 주요 이미지로 사용했던 ‘새굿. 연작의 완성이 지난 연말 올린 ‘미륵의 꽃’이다. 우리 삶의 기저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를 엮겠단다.

“그동안 창작에 대한 욕심을 냈습니다. 기량이 뛰어난 단원들이므로 못할 것이 없지요. 문제는 무용단의 색깔을 어떻게 녹여내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해가 갈수록 색채가 선명해졌고, 중앙 무대에서 검증을 받았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을 혹 놓친 시민들을 위해 잔칫상을 차려드린다는 의미에서 준비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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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무대로는 ‘우리 소리와 춤의 어울림 II’를 준비했다. 관현악도 불러오고, 국악 한마당도 섞고, 무용단 고유의 레퍼토리도 넣은 흥겨운 무대다. 3월31일과 4월1일 이틀동안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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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타이틀이 ‘한·중·베 아시아 자매도시 예술단 합동 교류전’. 인천시 자매도시인 베트남 하이퐁과 하노이 연합 예술단, 중국 텐진과 산둥 예술단, 그리고 시립무용단이 3색의 전통을 펼친다.
“해외교류 무대로 그동안 베트남에서 공연을 두번 올렸습니다. 환대가 대단했지요. 그곳 한류 열풍에 우리 무용단이 한몫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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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보다 심혈을 기울인 무대가 ‘춤마당 흥마당’이라고 말한다. 매달 넷째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어온 무대로 어느정도 고정 관객 확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무용단의 전통춤 레퍼토리를 선보이던 초창기를 지나 기획공연을 펼치는 장으로 전환한 것이 4년전. 최근에는 중앙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우수팀 초청공연과 무용단 기획무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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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공연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계 큰 어른 다섯분을 초청합니다. ‘빅 5 스타전’에 국수호, 김매자, 배정혜 선생. 그리고 두분 더 있죠.”
이어 4월에는 ‘남무(男舞)전’이 기다린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천시립무용단 남성 무용수 기량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에서 욕심을 냈다.
5월에는 앵콜무대. 지난해 가을 무용교육 프로젝트 일환으로 기획해 올린 창작춤 무대에 대한 리바이벌인 셈이다. 널리 알려진 동화속 이야기를 연작으로 풀어내 갈채를 받았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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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훈련에도 한마음으로 따라주는 단원들이 고맙고 또 소중하다고 말하는 한 감독.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늘 시리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관객 홍보가 늘 아쉽습니다. 온몸을 부서뜨리며 공연을 만들어도 관객이 찾아주지 않는다면 죽은 공연일 수밖에 없죠. 적은 관객일지언정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려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힘이 꺾이게 마련이지요. 공연 30분전쯤 썰렁한 로비를 보면서 매번 마음을 졸여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을 아세요.”

무용단 차원에서 발로 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인천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마련,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무용단 모두가 혼을 다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에 시민들이 와서 즐겨달라는 한 감독의 말에 마음이 한가득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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