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획정리사업 쾌적한 주거환경 말짱 도루묵
운서는 다중주택 규제, 그옆 운남은 ‘나몰라’

 

최모(69)씨는 4년 전 인천 시내에 살다가 중구 영종 운남지구 백운자락 바로 밑 단독주택용지로 들어갔다. 편안하고 쾌적한 노후생활을 즐길 요량으로 건축비만 5억여원을 들여 2층 짜리 목조 전원주택(연면적 204㎡)을 짓고, 정원까지 꾸몄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씨는 ‘운남지구에 들어와 살기를 잘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운남지구(48만9천43.9㎡)의 낡은 불량주택과 무단방치됐던 나대지가 말끔히 정리됐던 터였다. 운남지구 용도지역 전체 면적의 64.2%(19만7천79㎡)에 달했던 단독주택 용지는 주택당 2가구 이하의 3층 이하의 전원 주택풍만 들어올 수 있어 널찍하고 안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씨의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19가구 미만의 다세대 주택과 취사시설이 없는 기숙사와 비슷한 다중주택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단독주택 용지에 쓸만한 단독주택이 들어서지 않고, 분양도 안되다보니 부동산업자들의 요구에 맞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다세대 및 다중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풀어놓은 것이었다. 인천국제공항 3단계건설공사에 들어가면서 현장 인부들과 공사업체 직원들이 늘어나자 그들이 묵을 수 있는 다중주택을 마구 짓기 시작했다.

운남지구 단독주택용지에 다세대 및 다중 주택 건축허가 승인 건수는 지금까지 121건이다. 단독주택 전체 601필지의 20%정도다.

공항건설현장과 가까운 운서지구(30만7천104.9㎡)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전체 용도지역의 61.2%인 18만7천911㎡에 달하는 단독주택용지 415필지 중 250건 정도가 다세대와 다중 주택으로 채워졌다

1필지 당 법정 주차장이 3대인 다중주택에 15~17세대가 들어가면서 주택단지 안 주차공간 부족으로 야단났다. 쾌적한 주거환경 마련하기 위해 구획정리사업을 벌이고, 단독주택용지를 넓힌 운남·운서 지구가 되레 난장판이 된 것이었다.

급기야 인천경제청은 지난 1월 5일부터 운서지구에 다중주택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건축제한에 나서는 등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운남지역은 다중주택 건축제한에서 빠지면서 여전히 다중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1월5일 이후 31건의 다세대 및 다중 주택 건축허가가 나간 상태다. 인천경제청이 같은 지역 안에서도 형평성을 잃은 주택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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