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 지독한 알코올의존증 환자에서 이제는 알코올중독자들과 그 가족을 치료하는 안내자로 탈바꿈한 신양호씨(55·인천시 계양구).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한국중독재활협회 12단계치료공동체’ 사무실은 그가 중독가족증후군(알코올, 약물, 도박, 인터넷, 폭력, 성 등)으로 고통받는 중독자 및 가족 구성원의 위기·가정해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중독자와 가족들은 원장인 그의 인도를 받으며 상담, 교육, 집단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 둘 정상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집안이 전통적으로 술과 인연이 깊었죠. 저 역시 고교졸업때부터 술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그 정도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술로 비롯된 결과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직장을 잃은데서 그치지 않고 아내와 이혼, 정신과병동 강제입원, 신체적 폐해를 경험했습니다. 단주모임에도 수 차례 참여해봤지만 술에 대한 갈망은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나는 괜찮다’는 자기합리화와 자기부정 등 왜곡된 중독의 신념속에서 내 생은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뒤 국내 컴퓨터분야 1세대로 자부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직업을 가졌고, 가계 역시 학자를 다수 배출한 명문이었지만 ‘술’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5년여 전, ‘내 삶은 강가의 모래알보다도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깊은 성찰과 자성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신 원장.

그 자신 여전히 알코올의존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과정에 있지만, 그간의 수많은 경험과 체험, 배움을 바탕으로 같은 처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데 전력하고 있다.

알코올·약물상담사, 사회복지사라는 공인자격외에서 정신과병원, 치료공동체, 알코올상담센터, 상담소 등에서 수련을 쌓으며 이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기까지 ‘술과 인연을 끊으려는 이를 악문 고투’가 어떠했을까는 그의 말속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재혼한 아내 및 자녀들의 격려와 협력에 힘입어 지난 2005년 ‘한국중독재활복지협회 12단계치료공동체’를 설립한 신 원장은 내부 프로그램 운영과 외부 출장, 강연, 집필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체의 활동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부평구 자원봉사센터 인증기관이 된 데 이어 시 자원봉사센터 우스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테마기획사업도 벌이고 있다.

“저의 외부활동 수입과 회원들의 회비, 후원금, 외부 소액 지원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니 우리 공동체가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갈 길이 멀어요. 40여평 공간만이라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외면하는 알코올중독자지만 누군가는 보듬어야 제2, 3의 중독자 및 피해가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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