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관 ‘한국문학의 큰 별들, 육필로 만나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문인 46명이 원고지위에 펜으로 눌러 쓴 육필원고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작가들의 개성과 필체가 담긴 육필원고는 작품이 활자로 인쇄되기 전까지 작가적 고뇌의 흔적과 작품 혼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은 10일 특별기획전 ‘한국문학의 큰 별들, 육필로 만나다’를 개막한다.

전시에서는 우리 현대문학을 화려하게 수놓은 주요한, 고은, 김동리, 박경리, 박완서, 서정주, 김현 등 대표적인 문인 46명의 육필 60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문인들의 육필 원고 전시가 몇 차례 열렸던 적이 있지만,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만 엄선하여 시와 소설, 비평 등 전 장르에 걸쳐 육필 원고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는 사상 최초다.

60점의 원고들은 작가가 직접 고친 흔적이나 편집자의 교정, 인쇄부호 등이 붉게 표시돼 있다. 작품 창작과 제작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원고 위의 다양한 흔적들은 원전 비평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학’과 ‘월간문학’등 문학잡지 편집부에서 일하며, 평생을 문학현장에서 문예지 편집과 문인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김일주 선생이 한국근대문학관에 기탁한 육필 원고 약 5천600점 중에 선별했다.

박경리의 ‘토지’와 이병주의 ‘지리산’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김성동의 ‘만다라’ 등 한국 현대문학의 최고 명작이자 문제작 육필이 공개된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4반세기에 걸쳐 발표된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현대문학이 배출한 거대한 봉우리이자 기념비적 명작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토지’는 전체 5부 중 2부와 3부에 해당하는 뿐으로 1970년대 집필된 작가의 육필 원고다.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이 가진 의의에 비해 작품의 원천이 된 작가의 ‘토지’ 육필 원고는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박경리의 평생의 치열한 문학 정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1972년부터 1978년 6년에 걸쳐 월간지 ‘세대’에 발표된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의 육필 원고도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 공개되는 것은 작품이 연재된 ‘세대’의 원고로, 월별로 갈무리된 원고의 모습과 붉은 색으로 표시된 교정의 흔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 작가의 글쓰기 습관이나 컴퓨터로 작업하기 이전 잡지 편집의 과정까지 알 수 있다.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김성동의 ‘만다라’의 육필원고들도 처음으로 그 모습을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1970년대를 풍미한 문제작으로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육필 원고와 더불어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사진도 같이 볼 수 있어 197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세대는 아련한 향수를 느껴 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미당 서정주의 원고도 매우 이채롭다. 서정주는 ‘화사집’과 ‘귀촉도’ ‘질마재신화’ 등 우리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작을 창작한 시인이다. 서정주는 시작외에도 전기 ‘김좌진장군전(1948)’과 희곡 ‘영원의 미소(1974)’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문필 작업을 했지만 이러한 사실은 문학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4년 ‘문학사상’ 4월호에 발표한 희곡 ‘영원의 미소’ 원고가 전시된다.

이 밖에도 우리 근대문학 초기인 1920년대에 활동한 김기진과 박종화, 주요한의 육필 원고와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중요 소설가와 시인들의 원고도 대거 전시된다. 특히 박종화와 주요한의 원고는 그들이 문단에 데뷔한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동인지 ‘창조’와 ‘백조’ 시대를 회고하는 글이라 근대문학의 초창기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코너에서는 김동리, 박경리, 박완서, 조세희, 최인호, 황순원, 황석영 등 우리 현대 소설문학을 대표하는 20명의 작품 총 27점이 전시된다.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이문구의 ‘우리 동네’ 이청준의 ‘춤추는 사제’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황석영의 ‘장사의 꿈’ 등 시대를 풍미한 한국 현대문학의 최고 문제작들의 육필이 최초 공개된다.

시인 코너에서는 고은, 김춘수, 박목월, 박두진, 서정주, 정현종 등 한국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19명 시인의 육필원고 26점이 전시된다. 강은교의 ‘소리9’나 구상의 ‘까마귀’ 연작, 정현종의 ‘고통의 축제2’ 등 대표작뿐만 아니라 시인들의 대표작 해설이나 작품 활동 이력, 후배 시인들에 대한 조언 등 산문도 대거 전시된다는 점에서 매우 이채롭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의 ‘이상 평전’과 단편소설, 박목월의 ‘나의 대표적 사투리’ 등이 그러하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은 “손과 펜으로 작품을 쓰지 않은 시대에 문단 대표 작가의 육필 원고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값진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국문학의 큰 별들, 육필로 만나다’는 2015 유네스코 선정 세계 책의 수도를 기념하는 특별전시로, 오는 23일 세계 책의 수도 개막식에 앞서 인천을 널리 알리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전시시기간은 6월14일까지며 입장료는 무료다

☎455-7166 lit.i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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