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그 시절.
하늘이 도왔는지 귀금속 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이기도 했고요.

금은방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얼굴은
누구 한 명 밝은 사람 없이 절망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물론 금은방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를 받든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실업자들이 넘쳐났거든요.

그렇게 감사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서른 살 내외로 보이는 남자가
깔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정장차림을 하고 있긴 했지만,
왠지 직장인으로 보이진 않았고,
표정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사장님께 걸려온 전화였는데, 끊다가 실수로 그만
카운터 앞에 있던 보석상자를 건드려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재빨리 상자를 원위치 시키고
보석을 살펴보니 귀걸이 하나가 없었습니다.
직감적으로 그 남자를 쳐다봤는데
잰걸음으로 상점을 빠져나가는 중이더군요.
보진 못했지만, 귀걸이의 행방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손님. 잠깐만요"

거의 반사적으로 그 분을 불러 나가는 건 막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습니다.
심장이 요동을 치면서 뭐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일단 웃었습니다.

그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제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수없이 면접을 봤는데 여기만 붙었어요.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만약 잘린다면 생활이 막막해질 거에요.
선생님은 직장경험이 좀 있어 보이시는데
어떻게 하면 안 잘리는지 조언을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저를 한참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하는 말이
"저도 직장에서 정리해고 당한지 며칠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고 절망감에 싸여 있었지요.
그런데 다 아시면서 신고는커녕
제 자존심을 지켜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당신 같은 분이라면 평생 잘리는 일 없이
직장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제 손에 쥐어주고는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펼쳐보니 다름 아닌 제가 찾던 그 귀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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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것 보다 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
누구도 강요해선 안 되고, 당연히 여겨서도 안 되는 일
바로 '용서'입니다.

# 오늘의 명언
때때로 우리가 작고 미미한 방식으로 베푼 관대함이
누군가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을 수 있다.
- 마가릿 조 -

/글ㆍ그림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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