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초·중·고 40명 대피소서 졸업식
고교졸업 9명 진학·진로 찾아 작별

 

연평도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학교 연평초·중·고가 10일 졸업식을 치렀다. 이날 졸업생은 유치원생 10명, 초등학생 15명, 중학생 6명, 고등학생 9명 등 모두 40명이다.

유치원생과 초·중등생은 매일 다니던 학교로 다시 입학하기 때문에 별다른 마음이 없을지 모르지만, 고교를 졸업하는 9명은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애틋함이 각별하다.

이들은 당시 15살이었던 2010년 포격을 경험했다. 온 동네가 포연에 휩싸이고 불안과 공포가 엄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각자의 진로를 정하고 진학과 취업을 택했다.

▲ 연평고 이승렬 학생
올해는 이승렬 학생이 서울대 에너지 자원공학과에 합격하는 특별한 경사도 있었다. 승렬이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전공해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꿈을 위해 벌써 겨울 방학에는 관련 공부를 하기위해 서울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입학하면 공부뿐만 아니라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도 하며 폭넓게 대학생활을 할 작정이다. 하지만 입학 전부터 작은 고비를 만났다. 기숙사 입주를 할 수 없게 돼 당장 자취방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한 곳 수협 기숙사 신청을 해놨는데 기다리고 있어요. 안 되면 할 수 없죠.” 승렬이의 목소리는 힘차기만 하다.

박하나 학생은 진학 대신 군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군인인 아버지를 보며 어렸을 적부터 군무원을 꿈꿨기 때문이다.

방혜수 학생은 제과 제빵 학과로 진학했다. 역시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파티쉐가 되기 위해서다.

병원에서 진로체험 활동을 했던 간호사 지망 여학생 2명은 간호학과로 진학했다.

또 지적장애로 특수학급에서 수업 받은 학생은 면사무소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다. 나머지 3명도 인하대로, 순청향대로 진학하게 됐다.

졸업생 9명 모두가 자신을 진로를 찾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셈이다.

연평도에는 초등생 보습학원 단 한곳만 있을 뿐, 학원이 없다. 과외는 언감생심. 공부는 오로지 교사와 9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다. 그래서인지 사제 간의 정도, 우정도 애틋하다.

이들 모두는 선생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별다른 사교육 없이 진학하고, 또 꿈을 찾아 진로를 정할 수 있었던 것은 1대1 교육의 힘이라는 것이다.

졸업생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작별은 하지만 잠시 작별이라고 했다. 평생의 스승과 평생 친구로 가슴에 간직하고 만나며 마음을 나눌 작정이다.

연평초·중·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1대피소에서 졸업을 맞았다. 연평 주민들에게 대피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식사공간과 화장실 진료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대피소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인 2012년 4월 완공됐다.

포격 당시 몸을 피했던 비좁고 습했던 재래식 대피소가 불안과 공포의 공간이었다면 새로 지은 대피소는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 줄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의 셈이다.

그중 가장 큰 제1 대피소는 음악회도 열고 주민 행사도 개최하는 상징적인 주민공간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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