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거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인간들이 미물이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곤충들조차도 인간이 지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일기의 변화를 읽어내고 심지어 지표면의 요동을 먼저 감지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들이 이 분야에서는 번번이 정말로 볼품없는 실적을 보여준다. 그래서 속절없이 쓰나미의 희생양이 되고 악천후 속에 비행기와 배를 띄우다가 대형 참사를 당하기를 거듭한다. 그들이 동원하는 거대한 컴퓨터와 수십만 개의 예측을 위한 함수식은, 거의 대개, 이번 주말에 눈이 올지 얼마나 추울지 더울지를 속 시원하게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여 어마어마한 방어 장비들을 개발하는 것으로 그들의 미련함을 보충해보지만 미래에 대한 콤플렉스가 깔끔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들의 예측에 대한 갈망이 오죽했으면 온갖 보도매체마다 '오늘의 운세'를 싣겠는가마는 그러한 예측들은 정말 우습게도 서로 간에 일치하는 법조차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은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어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일찍이, “이른 아침에 TV에 나오는 경제학자들은 대개 경기예보가(景氣豫報家)들인데, 향후 몇 개월 동안 발생하게 될 사태들에 대해 자신 있게 공언하지만 거의 언제나 틀리는 이들이다”라고 해서 저널리즘적인 경제 예측을 조롱하였다.

하기야 과학화할 수 있는 자연현상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변덕스러움이 쌓이고 겹쳐서 만들어내는 경제 현상을 똑 부러지게 예단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을 헤아리는 형편에 2015년의 인천을 이야기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 경박한 짓이다. 무슨 별호가 난 예지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인천의 “대박” 또는 “쪽박”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길도 없는 책상물림 주제에….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역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없이 인간의 삶을 이어가기는 곤란한 일이다. 그것이 없이는 삶의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무지는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믿음이 가지 않는 “새해 신수”일지라도 그냥 외면하고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상정이 되었는가 싶다. 그래서 나의 생존을 위하여 누가 시키지 않아도 “2015년의 인천”을 새해벽두에 한번쯤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영감이나 역술 따위에 의지하지 않는 경우, 일기예보에서처럼 과거의 통계적인 경향을 분석하여 모델화하는 방법(회귀분석)이나, 각 분야별 학계에서 널리 검증이 됐다고 인정하는 “법칙”에 의존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 결과가 늘 신통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머리에만 미래감지 능력을 의존하는 인간으로서 달리 어쩔 방법도 없다.

그러나 인천은 인천만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하여 어떤 치밀한 통계적인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고 있지도 않고 특별히 인천만을 대상으로 한 “인천법칙”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고 보면 남는 방법은 오직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순리적인 판단”에 의하는 것뿐이겠거니와 여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튼 나의 그러한 상식적인 판단에 따른 전망을 결론부터 밝히자면 “2015년은 인천에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變曲點)이 되어야 하지만(當爲), 그 변동의 실현 값은 크지 않을 것(豫測)”이라는 것이다. 좀 실망스런 얘기인줄을 잘 알고, 새해 벽두부터 속칭 “초를 치는” 언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당위와 예측을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을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스스로 답답하다.

굳이 최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하는 하인리히의 “사고(事故)의 법칙” 따위를 역설적으로 인용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회의 변화는 어느 한 순간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등장하지 않는다. 비록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영웅이 등장하고 혁명적인 전환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로 인한 결과물로서 현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상당한 준비의 기간과 실현의 노력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2015년의 전망은 2014년의 반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천의 2014년은 어떠했을까?

유시장의 행정부가 출범한 후의 6개월은 함부로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요즘 유행어로 “골든타임”에 해당하는 시기이었다.

그때에 시행정부는 철저하게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어야 했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어야 했다.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을 정비하고 전략을 강구했어야 했다. 그랬어야 집권 2,3년차에 해당하는 2015년과 2016년에 힘이 부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야 노력하지 않았을까마는 적어도 객관적으로는 그런 행보가 깔끔하게 읽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으로 누수(漏水)된 시간과 역량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성찰도 탐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면 당연히 목표와 전략이 논리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천시 행정부가 2014년에 내어놓은 “10대 핵심추진계획”을 보아도 그렇고 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실 게시판에 올라있는 “5대 가치 18대 정책 131개 과제”를 두루 둘러보아도 이전 시장들과 확연한 차이나, 두드러지는 치밀한 논리적인 구조를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나의 어두운 눈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인천의 2014년은 2015년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한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 제도상으로 권력의 임무 교대가 이루어지고 바로 그 다음해는 권력의 성패를 결정짓는 시간이 되게 마련이다. 그때를 강력하게 장악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 해 하반기쯤부터 조기에 시작되는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고 마지막 해는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차로 “2015년은 인천에게 있어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變曲點)이 되어야 하지만(當爲), 그 변동의 실현 값은 크지 않을 것(豫測)”이라는 나의 전망이 도출된다.

다행일지…, 좀 늦기는 했지만 새해 들어 유시장의 여러 발언에서 인천 정체성에 대한 문제 인식이나 섬에 대한 시각에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리더의 인식이 현실적인 결과를 낳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다.

이런 때, 늘 무기력한 인간들의 기원은, 하늘과 조상님들이 점지하시는 한 조각의 행운으로 연결된다. 로또 복권처럼…. 부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 땅과 이 어리석은 후손들을 보우하소서.”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