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국회의원

▲ 문병호 국회의원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한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려왔다. 관습 헌법상 수도이전이 불가하다거나 세대별 합산 방식의 종합부동산세는 위헌이라는 판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 간통죄와 사형제 합헌 판결 등이 그것이다.

국정운영의 방향과 국민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판결을 내리는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재판관의 범주가 협소해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관을 법관자격을 가진 이들로만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9명의 재판관 중 각 3인을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추천 또는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 1인이 직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헌재 재판관의 다수를 자신의 의지대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그 존재감에 걸맞지 않게 협소한 인사풀 안에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을 위주로 구성되는 한계를 노출해 왔다.

이렇게 협소한 인맥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소가 입법, 사법, 행정부라는 3권분립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으면서 소수의견까지 판결에 반영하는 무게감을 살리기는 쉽지 않다.

독일의 경우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을 의회에서 선출하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해 과반수를 점유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헌법재판관의 3분의 1은 법관자격이 없는 이들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헌법재판관으로 판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헌법재판관을 법관자격 보유자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이들까지 포함해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시대의 변화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반영될 수 있을 때,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고 치유해 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적 위기는 막대한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연유한다. 헌법재판소의 다양화는 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주제에, 헌법개정이 필요한 헌법재판관의 자격 요건에 대한 변경도 함께 포함해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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