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날라이흐(Nalaikh) 2지역 방문은 몽골체류 둘째날에 있었다.

월드비전 몽골본부 사무실을 방문 사업내역을 청취한 뒤 시내에서 동쪽-자동차로 20분거리의 날라이흐로 갔다. 멀리 좌우로 구릉에는 우리의 달동네 모습이요 평지도 형편은 같았다.

원래 날라이흐는 탄광과 가스공장이 있는 작은 산업촌이었다. 90년대초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로 정부소유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 다수가 직장을 잃게 되었다.

실업문제는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이다. 젊은이는 많아도 일자리가 없다.

공공시설도 도심에 집중되어 기본적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결연 어린이들에게 ‘생일 찾아주기’는 월드비전의 새로운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참석한 24명의 어린이들은 처음으로 생일파티라는 것을 경험했다.

4만명 주민의 78%가 빈곤에 시달린다. 월 평균소득이 25$이니 우리돈으로 하루 1천원 이하로 생활하는 셈이요 이보다 못한 15$ 소득도 허다하다.

이 정도면 연료비로도 부족하다. 또한 이혼과 사별로 인한 여성가장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보호와 지원이 미비하다.

학교를 중퇴하고 어린이들은 탄광에 취업하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는 경우도 있으나 매몰의 위험에도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시달리면서 하루 2~5$의 임금을 받는다.

이같은 형편의 날라이흐 지역개발사업을 한국의 월드비전이 맡고 나선 것이다. 15개년을 목표로 현재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원센터에 대표 밤브를 비롯 9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지원사업은 여느 동남아 지역과 다르지 않아 ①교육 ②보건 및 위생 ③소득증대 ④주민들의 역량강화이다.

우선 교육사업으로 낡은 교사를 개보수하고 턱없이 부족한 교실을 짓고 학용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교복을 지급한다.

유치원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며 교내 도서관에 도서와 카세트 교육기자재를 투입하며 중퇴했거나 미진아 어린이들에게 비정규 교육을 실시한다.

보건위생사업은 교통비가 없어 병원에 못가는 환자를 위해 인력과 치료장비를 설비하고 특히 어린이의 건강검진과 적당한 진료를 받게 한다.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어린이(특히 치과환자가 많다)에게 식량을 후원 영양상태가 향상되도록 돕는다. 점차 증가하는 장애어린이 교육에도 치중한다.

소득증대 사업으로 직업훈련을 실시 경제자립을 할수 있도록 하고 빈민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고 지역정부와 협력 비즈니스센터를 개설 토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작업장을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력 향상을 꾀한다.

취업정보실을 운영 신문과 전화를 비치 월 30여명이 취업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모임을 조직 현재 1만7천명에게 자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인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지역발전을 위한 지도력 개발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이를 위해 월드비전과 협력하는가 하면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월드비전이 계획하는 사업은 어린이들의 생일축하 및 알콜중독자 퇴치이다. 몽골방문 사흘째 일행은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한국과 국제결연한 날라이흐 지역의 3천500명 어린이중 24명의 생일을 맞은 어린이에게 베푸는 생일축하 행사는 일정중의 하이라이트였다.

58번학교 (학교명이 고유이름이 아니고 숫자로 표시한다)를 방문 행사장에 입장하면서였다. 8인조의 브라스밴드가 일행을 환영하고 ㄷ자형으로 고깔모자의 생일 어린이들이 앉고 객석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일행이 입장하자 어린이들이 환영노래를 부르고 일행은 “해피 버스데이” 노래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케이크를 잘랐다. 한사람당 1$의 비용으로였다.

실로 감명깊은 장면이었다. 그곳 어린이들은 지금껏 생일을 모르며 산다고 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난에 쪼들려 자녀의 생일을 챙겨줄 여유가 없었다.




58학교 학생들이 직업훈련으로 남학생은 목공, 여학생은 재봉을 배우고 있다.

이들 어린이에게 생일을 찾아주자는 것이 월드비전의 생일축하 사업이다. 어린이들에게 생일을 알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의미를 깨닫고 귀중히 여기는 동기를 갖게 하자는 이 사업을 위해 월드비전은 연중 생일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비용은 인천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담당하게 된다.

몽골의 가정을 방문할때는 “만취가 예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낯선 손이 찾아가서는 취한척하여 방심할때 약탈해가는 예가 있어 한껏 취한척해서 당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 취하지 않았어도 그런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옛날 유목생활에 있었던 풍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래 알콜문제는 몽골 사회에서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날라이흐 지역만 해도 주민의 많은 숫자가 중독자이다. 젊은이건 늙은이건 남녀 구분없이 알콜에 중독되어 있다.

장기간의 동절기와 가난이 그들로 취하게 만든다. 그것도 건강에 유해한 공업용 알콜에 의해서이다. 백주에도 술에 취하여 누웠는가 하면 추운 날씨에도 밖에 나가 남의 집 담벽에 기대 서성인다. 취중에 자해하여 불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날라이흐 지역사회 및 가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50~60%가 알콜중독에 의한 것이며 알콜중독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범죄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알콜중독 퇴치사업중 급선무는 그들 가정에서 어린이를 격리하는 일이다. 성인의 중독은 그대로 자녀에게 대물림하여 반복된다. 알콜 중독자 가정의 어린이가 훗날 중독자가 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가정의 어린이 보다 8배나 높다고 한다.

그들 어린이를 돕고자 해도 어린이에게 안겨질 혜택이 알콜 구입의 수단이 되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단다. 그러므로 어디서든 스스로 구습을 벗고 일어서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일행이 방문한 한 중독자 가정은 참으로 비참했다. 3대가족 12명이 한데 뒤엉켜 산다는 비좁은 판자집안에는 취중의 화상으로 앓는 가장이 누워있고 아내는 영하12도의 밖에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들 만큼은 표정이 밝아 월드비전이 어린 3남매를 격리시킬 방안을 강구중이란다. 그래도 돌아나오는 일행에게 술취한 할머니는 집안 어른으로서 “다음에 오실때는 좀더 나아진 모습으로 맞겠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어쨌든 몽골에는 희망이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여느 동남아 국가보다도 교육시설이 훌륭했다. 국민중 문맹률이 2.2%에 불과하며 96%의 높은 취학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가난으로 인해 학년이 높아질수록 취학률이 저하하고 있음이 문제이다. 몽골의 학제는 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을 비롯 중고등교육 10학년제이며 고등교육 과정으로 몽골국립대학 등 7개의 고등교육 전문기관과 40개의 직업기술학교가 있다. 방학은 여름방학이 긴 반면 겨울방학은 1주간에 불과하다.

비록 교실이 부족하여 2부제 수업이요 2인조 책걸상을 3인이 사용할 망정 열심히 학업하는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한 교실에서 일행중 장관진 교육장이 용기와 희망을 불어주는 훈화를 하자 학생대표가 귀한 말씀에 감사한다며 인사했다. 진심어린 표정인 듯했다. 스스로의 도움을 위해 노력하는 한 그것이 희망이요 월드비전과의 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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