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그닥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주연 여배우만큼은 크게 주목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주 개봉됐던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딱 그렇다.

개봉성적은 아쉬웠지만 대신 신인배우 정유미(24)라는 ‘대어’를 낚는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정유미는 영화에서 봉태규에게, 뭇 남자 모두에게 잘해 주는 ‘헤픈’ 여자라는 오해를 받는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지난 주말 개봉 2주째에 전국 20여만의 관객을 모았다. 흥행수치는 만족스럽지 못해 향후 스크린수는 크게 줄어 들게 되더라도 매니아급 관객들을 대상으로 장기상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가족의 탄생’은 어떤 영화…

사랑의 관계에 대한 세가지 에피소드로 꾸며진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에피소드1은 집을 나간지 5년만에 누나(문소리) 집으로 돌아 온 형철(엄태웅)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보다 20년이 더 연상인 여인(고두심)을 데려오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여인에게는 전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애가 딸려 온다.

에피소드2는 관광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선경(공효진)의 얘기. 선경은 허구헌날 이 남자 저 남자와 살아가다 말년에, 죽음을 앞두고도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있는 엄마(김혜옥)를 미워하면서도 나이 차이가 큰 배다른 남동생을 맡게 된다.

에피소드3은 이야기 1과 2를 뒤섞는다. 에피소드1에서 형철을 따라 온 여자아이(정유미)와 에피소드2에서 선경 손에 키워지는 남자 동생(봉태규)가 각각 성장해 애인 사이가 되는 것. 영화는 이 청춘남녀의 연애담을 통해 그때껏 보여준 가족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킨다.

-영화속 당신은 정말 ‘헤픈’여자인가?

▲그렇게들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은 달라요. 사랑의 방식이 다를 뿐일 거에요. 그동안 우리가 사랑이나 결혼이나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꼭꼭 닫힌 마음으로만 생각해 와서 그럴 거에요. 아니 정말 그렇대요. 김태용 감독님이 그랬어요.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이나 결혼,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확 바꿔보자구요. (웃음) 어쨌든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요.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때부터 당신을 두고 얘기가 많더라.

▲물론 좋은 얘기들이겠죠? 근데 데뷔작은 사실 ‘사랑니'가 아녜요. 단역이긴 했지만 그 전에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나왔거든요. 그 영화, 다시 보면서 절 찾아 보세요.

-영화 데뷔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매우 평범했어요. 그리고 운이 좋았구요.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다닐 때 단편영화 작업을 비교적 열심히 했는데 그때 출연했던 ‘폴라로이드 작동법’이 어느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김지운 감독님 등등 여러분들의 눈에 들게 됐대요. 그리고 오디션 과정 등을 통해 캐스팅이 됐죠. 흔히들 얘기하는 길거리 캐스팅의 경우는 전혀 아녜요.

-‘사랑니'도 그렇고 이번 ‘가족의 탄생’도 그렇고 작품을 고르는 눈이 독특하다.

▲상업영화이긴 한데 동시에 상업영화답지 않은 작품을 고른다는 얘기시죠. 요즘 부쩍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건 영화들이 재미없다는 얘기이기도 한 건가요? 전 그 영화 시나리오 받아보고 굉장히 재미있어 했는데…(웃음) 아직 작품 고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구요 다만 나 스스로부터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의 영화를 하고 싶어요. 두 영화 모두 적어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정지우 감독과 김태용 감독을 비교하면?

▲모두 영화연기에 있어 저를 새롭게 눈뜨게 하신 분들인데요, 음…정지우 감독님은 아빠같고 김태용 감독님은 삼촌같아요. 이 정도면 두분 모두 만족하실만한 대답인가요? (웃음)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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