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정에 대한 해법이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정이라는 것이 원래 돈에 관한 덧셈 뺄셈의 문제인 것이라서 적당히 둘러대는 방법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한 번 곳간이 비고 나면 쓰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이 많도록 하는 이외에 그를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 상식인 것이겠거니와 동서고금에 그 방법은 언제나 난제 중의 난제다. 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권력자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재정을 훔치고자 하는 집단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고, 재정을 걱정해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나설 사회 구성원 집단이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정을 둘러싼 설왕설래와 갈등의 모습들 또한 이러한 원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 쓰임새를 위하여 확보하여야 하는 공공재산을 팔아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재정 나누어 먹기에 혈안이 된 자들의 주머니를 불린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범법적인 것이기도 하거니와, 정치적인 힘과 연분을 앞세워 중앙정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기재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라고 한들 명분이 없는 편파적인 보조금이나 교부금을 지원할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인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마지막 대부자(Lender of the last resort)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재정에 관한 비상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항상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 것이며 그와 같이 또 다시 빚을 지는 데에도 지방자치단체 간에 경합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라면 재정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쓰지 않고 자금이 축적되기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라면 양적 완화 따위 돈 찍어내기 작전을 감행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자치단체에게 뾰족한 묘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사태의 공동 정범으로서 인내를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때 만일 호의적인 민간자본이 있어 재정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여 준다면 그보다 감사할 일은 없지만 기대는 대체로 난망이다.

이런 속에서 인천의 사정을 이것저것 살피다보면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이 경제자유구역사업이다.

이 사업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법률인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은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였고 이어 제3조의2 (경제자유구역기본계획의 수립)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경제자유구역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하여 계획기간을 10년 이상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업이 중앙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적인 목적을 달성하여야 하는 국책사업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시작된 역사성과 그간의 정치적인 과정들이 중첩되어 이러한 법률적인 정확성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사업의 진행과정마다 중앙정부와 마찰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결여된 채로 인천광역시장이 정치적으로 이 사업을 지휘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 사업은 인천시 재정의 부담이 되기도 하였지만 좋든 싫든 역설적으로 세월과 함께 많은 인천시의 자산을 축적하여 온 것도 사실이다.

사업지구 내 여기저기에 인천시 재정으로 조성한 많은 땅들이 생겨났고 인천도시공사를 통해 선투자 된 사업들도 적지 않다. 이 물건들만 제대로 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인천으로서야 그 보다 다행일 일이 없다.

그러나 인천이 이러한 ‘다행’을 기다리기에는 길이 너무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의 경제사정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신호들만을 보내오고 있고, 무엇보다도 인천의 힘겨운 재정 상태로는 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물론 이 사업이 독립적으로 사업성을 실현해 낼 수 없다는 것은 재론이 필요하지 않다. 이 사업에 말려들면서 활로를 잃기 시작한 인천도시공사에게는 이 사업이야말로 모두 벗어 던지고 싶은 ‘멍에’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제 경제청의 수장의 비리까지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이 사업이 그 동안 얼마나 권력적인 울타리 안에서만 굴러왔는지를 반증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제안한다. 이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그렇게 사업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인천시는 국가로부터 적지 않은 부분의 재정 투자지분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인천시를 지원하는 ‘힘’이 있다면 그 힘은 객관적인 지원의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객관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사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만의 하나 정부 인계에 실패한다할지라도 이 사업지역에 대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 배제나 특별지원금 배정 따위 협상의 이익을 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여나 아직도 이 사업을 정부에 인계하는 것이 인천의 자산을 도둑질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있다면 경제자유구역법 “제8조의3 (개발사업시행자의 지정) ① 시·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경제자유구역 또는 해당 단위개발사업지구(제4조제6항에 따라 분할하여 개발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에 대한 개발사업시행자를 지정한다.” 이하의 규정들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