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험한 표현이기는 해도 우리의 오랜 속담에 “빌어먹던 놈은 천지가 개벽을 해도 남의 집 울타리 밑을 엿 본다”라는 얘기가 있다. 한 번 길들인 인간의 악습이 얼마나 바뀌기 어려운 것인지를 압축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자이자 경구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악습과 싸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의 도덕 교과 과정이라는 것도 결국, 자칫 인간이 빠지기 쉬운 나쁜 버릇을 경계하고 좋은 버릇을 길러주자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지 싶다.

고운 말 쓰기, 막말 안 하기, 화 안 내기, 심지어 절주하고 담배 끊기에 이르기까지 무릇 인간의 수양이나 인격연마, 건강한 몸뚱이의 관리라는 것들도 그 내용이 곧 악습의 극복과 마주 닿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악습과의 싸움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악습의 문제는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들이 모여서 만드는 사회 속에서도 개인과 똑 같은 모습으로 발생한다.

그러한 사회의 습관을 연구하는 학문이 사회학이며 인류학, 심지어 역사학 …, 굳이 따지고 보자면 모든 인문사회학이 이러한 인간의 습관을 연구하는 것이고 당연하게 그 속에서 버려야 할 것과 길러야 할 것을 가리는 것이다.

사회가 가지는 악습은 그 규모와 집단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한 용어들로 불리거니와 관료주의, 민족성, 따위 집합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폭력적, 이기적, 권력적이라는 등 개인의 경우와 동일한 형태로 이해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사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악습을 폐하고 미덕을 기르는 쪽에서 발전과 번영을 기약하게 되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 행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을 훨씬 넘어섰다. 시정을 인수받은 직후부터 아시안 게임에 매달려 좌우를 돌아볼 겨를 없이 지나온 시간들이었을 테지만, 그런 속에서도 정무부시장의 임명이나 인천시 조직의 개편, 새로운 인천의 기본발전 전략의 발표 등 주요 시정이 간단없이 진행되어 왔다.

전해 듣는 이야기로 그 동안 유시장이 잠잘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동분서주 해 왔다는 것만은 사실일 것 같다.

100일이라는 시간은 10진법에 매어 살기 시작한 인간들의 시간의 단락을 나누는 습관일 뿐 무슨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구 수백만이 모여 사는 한 도시의 살림살이에 있어서 100일이라는 시간에 별안간 무슨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의 변화를 염원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변화를 약속하고 출범한 책임 있는 집단의 행태를 마냥 방관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최대한으로 감성과 이성을 절제하며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인천은 이제 변화를 시작했는가”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천의 변화라는 것은 인천의 지난 악습을 단절하고 바람직한 사회적인 미덕을 심고 가꾸어가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독선과 분열, 비과학과 무지, 무책임과 타성, 이기와 탐욕 등 악습을 끊고 설득과 합의, 과학적 판단과 순리의 회복, 멸사봉공과 실사구시 정신의 확산 등을 이루어 내는 것이 인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0일 이라는 시간은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가장 중요한 시간들로 쓰였어야 하고 그러한 기미를 인천사회가 감지하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은 그러한가. 인천의 어디에서 그러한 변화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공직자 사회에서(?) 행정부와 의회의 관계에서(?) 중앙과 인천시정의 사이에서(?) 시민사회에서(?) 인천시정이 내놓는 각종 사업계획에서(?) 각종 모임에 참석해서 이루어지는 인천시장의 연설 내용들 속에서(?)

물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고 특히나 나의 정보와 식견이 모자라는 것에 대해서야 백 번을 감안하여야 할 일이겠지만 나는 오늘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흔쾌한 답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변화에 대한 열망과 철학이 혹시나 아직, 시장 혼자나 최측근들의 가슴 속에만 갇혀 있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마음이 편치를 않다. 그 이전의 시장들의 실패가 그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나 사회의 변화는 단지 사업과 그 계획을 바꾼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과 사회의 DNA를 바꾸는 일이고 그래서 유별한 시기의 선택과 전략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초기의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1년 2년이 지난다면 그것은 또 다시 새로운 악습을 고착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이 도시에서 새로운 변화는 멀어져만 갈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이것이 변화로구나” 라고 시민들이 감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좀 더 기다려 봐 달라는 말은 이제 유용한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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