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긴장을 풀어야지요(웃음).”

이번 5·31선거때 출마 후보 못지 않게 바빴던 사람이 있다. 우량인쇄의 조인숙 대표다.

우량인쇄는 지난 91년부터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련 인쇄물을 전담해온 업체. 국회의원, 지방4대선거는 물론 교육감, 조합장 선거 등 시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의 인쇄물이 이곳에서 제작된다.

“인천지역 각 세대에 배달된 후보자별 선거공보, 벽보의 투표안내문, 부재자용 투표봉투 등을 인쇄했습니다. 동구의 유권자 6만3천여명, 옹진군의 유권자 1만3천여명이 사용하신 투표용지도 우리 손을 거쳐 나갔지요.”

선거 관련 인쇄작업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철저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필요로 한다. 잉크 한 방울, 기름 한 점이 튀어도 인쇄물을 전량 폐기하고 다시 찍어야 할 만큼 긴장의 연속이다. 선관위의 검수요원들은 돋보기까지 동원해 인쇄물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새벽 몇 시라도 포장이 완료될 때까지 현장을 지킨다. 오·탈자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티끌이라도 행여 ‘누구를 찍으라는 표시’라며 후보자간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불공정선거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모 국회의원 후보의 공보물 인쇄중 예기치 않게 후보자 얼굴부분에 잡티가 들어가 항의를 받은 적도 있어 조 대표 역시 초긴장이다.

“늘 그랬듯 저 역시도 인쇄물을 제작하는 약 2주간 직원들과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투표용지 크기가 몇 mm만 달라도 전자개표기가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요. 선거 관련 인쇄물을 제작할 때는 다른 출마 후보자들의 인쇄의뢰나 일반 인쇄는 모두 거절합니다. 남들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왜 거절하는가 하지만, 한 치 실수도 용납 안되는 중요한 선거관련 인쇄물을 다루므로 거기에 전념해야지요.”

실수를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믿음이 공공기관의 인쇄물을 전담하는 바탕이 됐지만, 일반 인쇄 의뢰인들의 실수나 착오도 꼼꼼히 바로잡아줘 신용을 얻었다. 의뢰한 인쇄물이 법적 하자는 없는지, 내용중 잘못된 문장이나 표현은 없는지 일일이 교정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지난 97년 우량인쇄를 운영하던 남편의 갑작스런 작고로 대표가 됐습니다. 우량인쇄가 20여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천시민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큰 돈을 버는 기업보다 성실하고 믿음있는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조 대표는 기업수익의 일부를 지역 복지단체, 법률구조 기관 등에 꾸준히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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