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채경석
▲가격:1만3천원
▲페이지:232쪽
▲출판사: 계란후라이


천여 년을 넘게 진행해온 한족공정(漢族工程). 그토록 집요하게 지우려 한 중국의 과거는 무엇인가. 한족(漢族)은 누구인가.

우리는 흔히 ‘중국은 한족의 땅, 중국인 대부분은 한족’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많은 인구가 모두 한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중원의 지배자로 남았을까. 인류 문화 유적 탐사를 해온 저자의 의문은 이렇게 시작됐고, 중국으로의 탐사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족의 실체를 캐기 위한 여정은 초원의 기마민족들이 말을 달려온 침략의 통로, 하서회랑(河西回廊)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한족의 실체는 하서회랑(河西回廊) 남북으로 연결되는 길에서 역사를 더듬어 가면 비로소 하나씩 열린다.
수천 년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건과 영웅담 속에 그 비밀이 있다. 하서회랑(河西回廊)을 동서로 연결하면 실크로드로 불리는 교역의 길이었고, 남북의 연결은 말(馬)의 길, 즉 침략의 길이고 정복의 길이며 민족 혼합의 길이었다. 초원을 달리던 민족들은 이 길을 통해 중원(中原)으로 빨려 들어왔다.

중국은 현재도 단일 민족국가가 아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이란 문명 지대를 향해 비(非) 문명권에서 끊임없는 잠입과 이주가 이어졌고, 심지어는 중원(中原)을 차지하고 자리 잡은 이민족도 여럿이다.

중국은 총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91.5%가 한족이다. 14억 인구 중 13억여 명의 신분증에 한족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족으로 탈바꿈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한족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2천50년 전 여간성에 정착한 로마 군단부터 몽골고원에서 출발한 튀르크와 몽골계 부족, 티베트와 만주의 이주민, 상인으로 왔다가 정착한 아라비아인, 유대인, 페르시아인까지 다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이민족의 땅인 셈이다.

흉(凶)에서 시작된 초원 기마민족의 중원 진출은 유연(劉淵)이 한 왕조를 재건하면서 시작되었고, 당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며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당은 자신의 얼굴을 바꾸려는 증거가 곳곳에 있다. 한족공정(漢族工程)은 당태종(唐太宗) 이세민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민족의 땅 중원(中原)에 명확지도 않던 한족을 내세우며 당태종과 그 후예들이 지우려 했던 과거는 무엇인가.

중국의 긴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저자의 혜안이 돋보인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한족의 실마리를 차근차근 풀어간다. 또한 한족이라는 화두를 통해 현재의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 역시 끊임없이 제기한다.

그것은 공룡처럼 거대해진 중국이 이미 정치·경제적으로 우리의 미래에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과연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야 안전할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채경석>
저자 채경석은 한국외국어대 시절부터 히말라야에서 안데스 산맥까지 종으로 횡으로 지구의 명산 등반과 오지 탐사를 해오고 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만큼 인류 문화를 몸으로 체득하며 세상을 깊이 보는 눈이 생겼다. 세계 각지의 문화 유적에 대한 생생한 탐사를 통해 ‘길 위의 인문 에세이’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지난 7월에 발간된,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인문 에세이 ‘아프리카, 낯선 행성으로의 여행’을 필두로 이번 ‘중국, 한족은 없다’가 시리즈 두 번 째 작품이다. 이후 ‘또 다른 실크로드’에 이어 세계 문명권 별로 기존 인류·문화적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조명하는 후속편을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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