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화가나 눈물을 흘리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다른 아이처럼 천천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밥을 먹은 후에도
배가 고파 또 화가 났습니다.

날씨가 화창하던 어느 날
밥 먹을 시간이 다 지나도록 오지 않는 아이...
저는 걱정이 되어 아이를 찾아다녔습니다.

겨우 찾은 아이는
축구골대 안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왜 우는지 물어보니,
아이는 한참을 울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전 거지고, 정신병자고 병신이에요.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고
모두 제가 잘못했다고 말해요.

학교에서도 거지 병신이라고 놀리고
집에서도 이상하다며 이상한 약을 먹으라고 해요.
전 정신병자가 아닌데...

그 약을 먹으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요.
아무도 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얼마나 눈치를 보는지 아세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없어요.
이 세상에 제 편은 아무도 없어요.
전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아이의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아이는 서러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공부방 봉사자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날
전 처음으로 무지함과 부족함을 경험했습니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졌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정에 입양과 파양이 거듭되다가
지금은 임시 위탁된 아이였습니다.

하루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게 냄새가 많이 나니
옷을 갈아 입혀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웃을 갈아입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는 지난 여름방학에
미혼모였던 친엄마와 만났던 것입니다.
그 때 엄마에게 선물로 받은 옷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벗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니 옷에서 냄새가 날 수 밖에요...

그 아이에게 엄마란 무엇이고
엄마가 사준 옷은 무엇이었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 아이가
무엇이 그리 서럽고 두려워 죽고 싶다고 했을까요?

지금은 그 아이의 소식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때 그 아이를 더 힘껏 도와주지 못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더 큰 마음으로 도와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글을 쓴는 지금도
그 아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지금도 10년 넘게 아이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부족한 사람인거 같습니다.

한 없이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하루는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저를 돌아볼수 있게 해주어 감사드립니다.

==========================================

많은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힘겹고 서럽다고 소리치지만...
우리에겐 삶을 희망으로 채울 사랑이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기쁜 일은 서로의 나눔을 통해 두 배로 늘어나고
힘든 일은 함께 주고받음으로써 반으로 줄어든다.
- 존 포웰 -

/글ㆍ그림 '따뜻한 하루'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