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몇해 전 경기 광주시 한 여중생이 잠을 자다 촛불이 넘어지면서 발생한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전기요금을 못 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아버지가 젊고 소득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해 촛불 생활을 하다가 봉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서민들은 힘겨운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갔다. 어느 누구보다 서민과 빈곤층에서 겨울나기의 시름이 깊어질 때다. 특히 치솟는 기름 값 때문에 난방비 부담이 우려된다.

실내 등유의 판매가격과 일반 프로판가스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여기에다 전기요금도 덩달아 오를 태세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뛰는 기름 값을 감당하지 못해 연탄을 쓰는 가구가 늘었다.

하지만 연탄보일러 사용 가구의 상당수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연탄 구입과 관리에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가계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가운데 난방비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 양극화,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저소득층의 에너지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에너지빈곤층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나 기름 값 등 광열비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한다. 이런 가구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단 연탄 사용 가구만이 아니다. 난방을 아예 포기하는 기초수급자들이 대다수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나 경로당도 난방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빈곤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로 낮은 소득과 높은 에너지 가격, 낮은 에너지 효율의 주택을 거론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사업이 대표적 에너지 복지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우리나라 에너지 전문가들도 효율적으로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에너지 복지와 관계있는 사회 보장 및 주택(주거), 에너지, 일자리 사업을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복지란 안정적인 경제성장·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사회복지정책의 하나로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시행중인 에너지복지제도는 전기, 가스, 열 요금 할인(평균 10∼20%)과 연료비지원(연탄쿠폰), 에너지시설장비개선, 공급중단 유예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정부에서 발표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5년부터 중위소득 50% 이하 140만 가구에 혹한기 3개월간의 난방비를 지원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다.

에너지 소외계층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에너지 취약가구에 조명·단열·보일러 교체 등을 지원하고 사회복지정보시스템과 연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겨울은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어느 때보다 한파의 고통이 커질 것이 예고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지원되던 각종 복지혜택이나 사회의 온정은 에너지 보조금 중단 등 갖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난방비 지원을 복지대책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인천시는 기초수급자, 노인, 중증장애인,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 서민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지역사회가 나서 기업체와 사회복지기관·단체 등과 연계한 지원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광열비를 의료급여와 같이 생계급여에서 분리,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는 에너지복지법을 제정해 보편적 에너지 공급 의무를 법적 의무로 구체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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