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회가 번영하는 이유는 뜻밖에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따로 주어지는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할지언정 그 요체는 사회적 통합과 안정된 질서다.

전설적인 태평성대의 시대인 요순 시대를 비롯해서 한반도의 번영기가 그랬고, 로마, 영국, 미국의 전성기를 비롯해서 오늘의 번영하는 어느 나라의 사례에서도 그러한 공식은 변함없이 유효하다. 굳이 한 나라의 경우만이 그런 것도 아니고 가문과 기업, 그 밖의 어떠한 인간들이 만드는 조직의 경우도 모두 같다.

그와 반대의 시각으로, 분열되고 무질서에 빠진 사회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공식 또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부인하기 어려운 법칙이다.

사회의 분열은 반드시 부패를 가져오고, 부패는 무질서를 조장하며, 무질서한 사회는 외부의 도전이 있을 경우 쉽게 무너지게 마련이다. 다행히 외부의 침략이 없다고 해도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다시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 장기적인 침체 속에 표류하게 되는 것이다.

근자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월호라고 하는 사건은 그 사건 발생의 원인과 수습의 전 과정을 통해 오늘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고 부패하였으며 무질서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온 사회가 잊지 않겠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 울부짖음의 속내마저도 저마다 다른 계산속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순수한 슬픈 기억의 연장과 그에서 비롯하는 사회적인 철저한 반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진정이 없을 리 없겠지만, 상당한 부분이 현 권력에 대한 책임추궁을 잊지 않겠다는 분노의 충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별로 동참하고 싶지 않지만 비난이 두려워 참여의 시늉을 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더욱 문제는, 입장이 어찌되었건 이 사건을 기회로 이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기미가 아직 어느 곳에서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안 여객의 불편만 가중되고 느닷없이 버스 입석금지 정책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 사회의 무능함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검·경과 무엇보다도 국회가 보여주는 혼란에 이르러서야 아연하달밖에 무슨 할 말을 찾을 것인가.

이 사건의 본질은 이 사회가 심각한 분열로 인하여 법률에 의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것이 부패와 무질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보다는 패거리의 논리가 우선하는 사회 속에서 공직자들은 이 눈치 저 눈치 보기에 바쁘고 그 속에서 '좋은 것이 좋다'” 라는 무사안일이 성장한다.

그 틈을 부패가 파고드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상식이다. 그리고 부패로 오염된 사회에서 질서를 기대하는 것은 파락호가 과거급제를 소원하는 것과 같다.

이때 인천의 월미은하레일 문제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 문제가 무척 세월호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 있는 시설을 만들게 되는 경위부터 그러한 시설을 운행하겠다고 밀어붙이려는 시도, 그러한 검증에 법과 과학보다 정치공방이 끼어들고 마침내 표의 위력까지 동원되는 모습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분열과 부패, 무질서의 냄새가 너무 짙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적정한 사업계획과 그에 따른 바른 시공이 이루어졌느냐 라는 법률 판단의 문제이고, 과연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가 라는 과학적 판단의 문제이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몇 건의 송사가 진행 중에 있고 국내의 권위기관에서 운행에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그렇다면 법률적인 판단이 종결될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좀 더 철저한 과학적인 점검을 시행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모두 종결되기도 전에 사용의 대안을 찾는다고 수선을 피우더니 이제는 왜 시의회가 느닷없이 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가 시의회의 의결로 결정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려니와 설사 시의회를 압박하는 어느 이익집단이 있다할지라도 시민들의 목숨을 그들에게 책임지라고 맡길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는가.

만일 국내의 과학적 검증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보다 먼저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도 있고 싱가포르도 있다. 그러한 시설을 감리하고 준공검사 업무를 수행한 기관에게 왜 묻지 않는가.

만일 이 문제를 법과 과학에 의하여 풀지 못하고 정치적인 대립으로 끌고 간다면 인천은 세월호의 무능을 답습하는 것 이외에 달리 갈 길이 없어 보인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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