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 이런 얘기를 하면 이 험한 사회로부터 어떤 공격이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한 시련이 내게 실속 없는 피해의 단초가 된다할지라도 나는 요즘 북한의 소위 미녀 응원단에게 쏠리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관심이 마뜩잖다.

도대체 미녀 응원단이라는 천박한 명칭부터가 못마땅하다. 이 사회는 이제부터 다른 나라의 응원단을 미녀, 미남, 추녀, 추남 응원단으로 구분해 부르거나 혼성응원단과 여성, 남성응원단을 나누어 응원점수라도 매길 요량인 것인지…, 아무튼 백번을 양보해 생각해도 의젓하지 못하다.

인간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과다한 성형수술의 바람을 꾸짖는 사회가 그 위선성(僞善性)을 고백하는 것쯤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무릇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여성 미인계는 소위 ‘페어플레이’와는 통상 반대쪽에 서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경우로 ‘초선(貂蟬)’이나 ‘클레오파트라’가 그랬고 일본의 700년 무인전쟁 시대에 수도 없이 다이묘(大名)들이 주고받았던 여인들의 역사가 그랬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혼인동맹이라는 것들이 대개 그런 것들이었고 그 끝은 대체로 아름답지 못했다.

미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여인을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대립된 진영에 보내는 행위의 목표는 역사적으로 한결같다. 공물이거나 항복의 제물이 아닌 이상 상대의 이성을 뒤흔들고자 함이다. 성의 상품화를 넘어 성의 전략적 이용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런 이상야릇한 응원단을 구성하고 그를 굳이 대한민국에 보내려는 의도는 무엇일 것인가. 역시 경색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잘난 여성들이 나서서 바람잡아주는 것이 제일이니까? 그렇게 남북 간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라면 왜 굳이 골라 뽑은 젊은 여성 집단이어야 하는가? 남측이 그토록 소원하는 이산가족들로 구성된 응원단이라면 어떤가.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이러한 북측의 미인계를 여러 차례 경험을 하였고 추태를 연출하였던 바가 있다.

KAL기 폭파범이라던 김현희 씨가 체포되어 압송되었을 때에도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사건의 진실여부보다도 온통 나서서 그녀의 미모를 보도하기에 바빴고 사정당국과 사법당국은 물론 당시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그녀를 구명하였다.
 
아마도 그때 동원된 논리대로, 그녀는 집단과 역사의 희생양일 뿐이라는 이유를 대기로 한다면 아마도 우리 법에 의해 처벌될 공안 사범은 하나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습게도 그러한 끔찍한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가해자인 그녀 한 사람 뿐이었고 그때 희생된 탑승자들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도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그녀가 미인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러한 사실이 일정 부분 이용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몇 번에 걸쳐서 남쪽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 이 여성 응원단이 파견되었을 때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언론은 대회를 취재하기 보다는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기에 바빴다. 그 대회들은 막대한 부담만을 남기고 끝이 났고, 그리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 물론 이 사건은 세계적인 가십란을 장식하였고 호사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남·북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믿는 세계적인 여론은 강화되었는가? 이 땅에는 평화가 찾아 왔는가? 혹시 그러한 계산된 평화공세를 이용하여 통일에 대한 환상을 확산함으로써, 남측 정부의 통일정책을 뒤흔들고 압박하는 특정 집단의 권력과 결집만을 강화하고 남남분열을 조장하는 데 일조하였을 뿐은 아닌가.

같은 민족끼리 미녀응원단이면 어떻고 할아버지 응원단이면 어떠냐, 많이만 왕래하면 좋은 것이고 통일이 앞당겨지는데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일의 핵심문제는, 남측의 여론이 먼저 하나로 통일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힘에 의해 북측의 집권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이러한 형식의 교류는 그러한 핵심문제의 해결을 앞에서와 같은 이유로 더욱 어렵게 한다는 데에서 또 하나의 반통일적인 공작일 뿐이다.

북측의 아시안 게임 참가는 북측이 OCA의 회원국이기 때문이고 그 응원단은 그러한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한 수행조직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그 참가는 OCA의 규정을 따르면 된다.

참가 회원국 중에는 같은 민족, 갈라진 국가의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은 단일 팀에 합동응원을 구성하지 않는다. 이런 기회에 온통 감성으로만 내닫는 우리 사회는 이성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으로 재단되지 않는 감성적인 통일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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