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보 난맥상으로 건립 차질을 빚어왔던 ‘주안영상미디어센터’가 드디어 출범을 향한 분홍빛 청사진을 품게 됐다. 21세기 영상정보시대에 걸맞게 인천에서 첫 미디어 공공문화기반시설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는 국비 10억원을 지원받고도 사업 주체인 남구청이 구의회의 반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어왔다. 결국 인천시가 재원조정특별교부금 명목으로 10억원 전액을 지원함으로써 뒤늦게나마 건립의 물꼬를 떴다.

그러나 풀어야할 문제가 또 있다. 출범후 여타 사업을 실행파일로 옮기기 위한 예산이 현재로선 ‘제로상태’다. 남구청이 사업비와 운영비 명목의 보조금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남구는 올 6월 예정인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구의회가 보여온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할 때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목에서 남구와 같이 선정된 대구시의 경우 시의회 예산심사에서 사업비 19억원을 의결, 큰 대조를 보인다.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역할

5월 중순 남구청은 주안역 인근의 복합상영관 ‘맥 나인’ 8, 9층을 매입, 등기이전을 마쳤다. 주안영상미디어센터가 들어설 공간이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늦은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에 시동을 걸었다.

센터는 영상매체 시대 시민들의 활용능력을 높이고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통해 영상문화 향유의 중심지 역할에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영상기자재를 구비, 전문가에서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영상물 제작시설을 제공하게 된다. 또 미디어 읽기와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한다.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제작된 영상자료를 조사·연구·수집·보존·소통할 수 있는 종합영상문화센터 기능을 담당한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과 아파트 TV, 웹 캐스팅 방송국 개국 등 지역공동체 활동의 매체인 시민방송 사업도 펼친다.

특히 주영상안미디어센터는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미디어센터중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첫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남구는 센터가 들어선 건물안에 예술영화전용관 건립을 함께 추진, 바야흐로 인천의 중심 시네마테크로 기능을 담당할 여건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건물은 구입했는데…

센터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인천지회(이하 인천민예총)의 초기 3년간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조직은 소장 산하에 ▲사무국 ▲미디어교육팀 ▲시민방송지원팀 등 3개부서를 두고 배치인력은 2006년 7명, 2007년 9명, 2008년 12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풀가동 체제를 목표로 설정한 점을 감안할 때 출범 첫해 직원 7명이야말로 최소한 인력이라는 것이 인천민예총의 설명이다.

운영예산을 들여다보면 2006년 예산이 4억4천916만원, 2007년 5억3천200만원, 2008년 6억3천260만원으로, 이중 남구 보조금이 각각 3억3천790만원(2006), 3억9천810만원(2007), 4억9천687만원(2008)에 달한다. 이는 전체 예산의 75~80% 수준으로 센터운영이 전적으로 남구 지원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초창기 자체사업을 통한 수입은 별반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를 운영주체가 메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남구는 현재 관련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추경예산 수립이라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액수도 아직 잡지않은 상태다.

더구나 줄곧 반대로 일관해온 사업에 대해 구의회가 쉽사리 예산승인을 내 줄지 미지수다. 설상가상 이미 건물매입으로 지출한 인천시 특별교부금 집행에 대해서도 구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장부연 부구청장은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므로 구의원들을 적극 설득해 추경예산을 세울 계획”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가 전적으로 운영사업비를 보조하는 것은 부담이 크므로 시가 예산을 분담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주체 남구가 마땅히 출연해야할 사업비 10억원을 지원한 상황에서 운영비까지 손 벌리는 것은 해도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련부서 관계자는 “구가 주체로 운영하는 사업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인프라 구축엔 시비를 지원해 줄 수 있으나 운영비 보조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마친가지로 미디어센터도 운영은 남구가 우선책임져야 하며 출범 초기부터 보조해줄 수 없다”고 잘랐다.

애가 타는 측은 인천민예총이다. 건물은 단지 사업 시작에 필요한 ‘외장’일 뿐, 개관을 위해 준비할 일이 산적해 있다.
손동혁 인천민예총 사무처장은 “미디어센터는 수익시설이 아니라 공공시설이므로 누가 운영을 해도 비용이 필요하다” 며 “시민 모두를 위한 시설인데다 시가 10억원을 내놓았으므로 향후 운영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초기 3년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시와 남구청, 민예총 3자가 모여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화관광부가 그동안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과 맥을 같이한다. 문광부는 지방의 영상산업기반확대를 위해 지원한다는 점을 들어 수익시설이 될 수 없으므로 투자개념으로 운영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해 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하고 한국독립영화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엑트 이주훈 사무국장은 “김해 등 여타 시·도 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수익사업에 구해받지 않고 지역민 교육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므로 지자체가 운영예산을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왜 건립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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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부터 공간매입까지

2005년 6월 인천남구청은 인천민예총과 컨소시엄을 구성, 문화관광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영상미디어센터사업은 문광부가 21세기 뉴미디어시대 중심매체인 영상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사용능력을 향상시키고 공공인프라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전국 15개 시·도에 미디어센터를 한곳씩 건립하기로 하고 매년 공모에 나서고 있다. 사업비는 국비 10억원, 지자체 10억원 등 총 20억원 규모다.

공모 당선후 남구는 주안역일대 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에 따라 2006년 3월 개관을 목표로 10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남구의회는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복지사업 우선원칙을 내세워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한다.

이에 올초 문광부는 계획대로 추진이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 구체적인 시행·계획서를 제출 할 것을 남구에 요구하기에 이러른다.

다급해진 남구는 부랴부랴 인천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시는 지난 2월 재원조정특별교부금 명목으로 남구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이어 3월 남구 구의회가 시 교부금을 센터 건립예산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예비비 항목으로 20억원을 배정한다.

공간매입에 나선 남구는 5월 중순 맥나인 7, 8층에 대한 등기이전을 마쳤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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