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마운틴 플라이(120$)를 타기 위하여 호텔을 나섰다.

비행 수속과 기상 상태를 고려하여 서두를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카드만두의 날씨는 우리의 기대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2시간가량을 기다리고 나서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장관이었다. 창밖 구름바다 위로 힘차게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맥의 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K2, 마나슬루, 마카루, 에베레스트, 초모랑마 등 세계의 고봉들이 거대한 침묵으로 다가왔다.

기내에서 나눠준 안내서와 대조해가며 봉우리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가장 높게 보이는 바로 저 산이 세계 최고봉이라는 에베레스트였다.




히말라야 산맥 전경-1. 가장 높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산(8848m)이다. 구름바다 위에 올라선 산맥의 위용이 힘차 보인다.

대자연이 인간에게 안겨다 줄 수 있는 감동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내가 속세에서 부질없이 소란 떨던 어리석음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후회와 아쉬움이 뒤섞인 가운데 잊지 못할 히말라야 산맥을 뒤로 한 채 비행기는 약속한 시간 1시간을 꽉 채우고 무사히 착륙했다.

호텔로 이동하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에 불교 사원으로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스와이암부 사원(swayambhu nath)을 찾아 출발했다.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하는 이 사원 또한 티베트 난민촌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사원은 유네스코에서 98년 재정을 지원하여 새롭게 단장을 한 상태이며 많은 순례자들이 사원을 찾고 있었다.

인간, 자연 그리고 신이 함께 공존하는 나라 - 네팔, 이곳 스와이암부 사원에서는 힌두교도들과 불교도들이 함께 상생하는 종교적 결합을 엿볼 수 있다.

종교적 대립과 갈등 없이 서로를 인정하는 시스템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네팔을 신의 나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자문하면서 사원을 빠져 나왔다.




스와이암부 사원. 불교와 힌두교 두 문화가 정교하게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격에 해당되는 타멜 시장이다. 없는 게 없다는 타멜 시장을 가이드와 함께 들렀다.

책자와 그림카드 몇 장을 구한 후 자리를 옮겨 아내에게 선물한 네팔 특산품인 숄(shawl)을 하나 구했다. 품질이 무척 좋아 보였으며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 편이었다.

함께 하던 여행길을 이번에는 나 혼자만 온 것이 무척 미안하게 여겨졌다. 맘에나 들어 할는지!

다음은 과거 네팔 왕이 살았던 구왕궁을 살펴보았다. 목조 건물로 불교와 힌두교적인 전통이 배인 건물들이 짝을 이루어 배치되어 있었으며, 별도의 관리 없이 곳곳에 기도드리는 신도들과 순례자, 그리고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후 곧 바로 왕궁과 거의 붙어 있는 조그만 목조 건물로 살아 있는 여신이 살고 있다는 꾸마리 사원을 들러보았다.

소쿠라 족에서만 뽑는다고 하는데 신의 지위에 있을 때는 국왕보다 더 존경과 숭앙받는다고 한다.

여신은 사원 내에서만 살아야 하며 6세 경에 들어와 12~13세가 되면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평생 시집을 못 가고 혼자 살아야 하며 나라에서 일체의 경비를 지원하여 돌본다고 하니 대우가 나쁜 편은 아닌 듯 했다.




꾸마리 사원 내부 전경.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 받는 꾸마리 여신은 국왕보다 더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다. 공휴일이어서 그런지 거리엔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나와 있었다.

전통 시장에 들러 한 시간 가량을 더 둘러보고 네팔 전통춤을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곧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이제 네팔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온지 며칠 안 된 듯 했는데,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리운 내 나라 내 땅을 향해 채비를 서둘렀다.

며칠 전 안나 남봉에서의 일출시 바라보았던 히말라야 설산군들의 장엄하고도 수려한 대자연의 위용이 계속해서 뒤따라오는 듯하여 발걸음이 쉬 움직이질 않았다. -끝-
이우평 백령종고 교사 http://ssrr.new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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