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여름호 한·중·일 복잡히 얽힌 관계 조망

 

계간 황해문화 2014년 여름호(통권 83호)가 나왔다. 이번 호 특집은 ‘다시 동북아의 평화를 생각한다’이다.

이제 평화는 단지 국가 사이의 전쟁 없는 상태로 치환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화의 문제는 계급, 인종, 젠더, 생태 문제 등이 민족, 국가, 초국가적 기구들과 불균등하게 접속, 종횡하며 구조화시킨 관계들과 그것의 다층성을 시야에 포착할 수 있을 때만이 의미 있는 논의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 그에 대항한 반식민지 투쟁들, 그리고 제국주의 지배와 냉전의 산물인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급격한 자본주의 산업화,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맞물린 중국의 개혁개방, 북핵문제 등이 상징하듯 그 구조와 층위가 매우 복잡다단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의 경우, 어떤 선제적 행동을 통해 이 지역의 평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것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진부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바로 그렇기에 결코 우회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특집을 ‘다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생각한다’라는 다소 밋밋한 주제로 잡은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로다.

존 페퍼(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의 ‘미국의 태평양 회귀와 한국’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의 회귀라는 전략,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정책’ 등이 미국 안팎의 ‘부정적인 주객관적 정세’로 인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변화 모색이 야기한 분명한 사실은 동북아시아에서 ‘냉전구도’를 심화시키고 그에 따른 군비경쟁을 가열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이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강화체제의 하드파워적 성격에 지배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아직 그것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정권의 행보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무암(홋카이도대학 교수)은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전환과 한미일 의사 동맹 관계’에서 샌프란시스코 강화체제의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전후 패전의 산물인 ‘평화국가’라는 일본의 이념적 실체를 실천적 이념으로 정립하여 그 실현을 위해 일본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한편, 베트남에서의 ‘전시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트랜스내셔널한 연대’를 모색함으로써 ‘한-일의 역사문제’를 두 나라 사이의 문제가 아닌 동남아시아를 포괄하는 ‘트랜스내셔널한 문제’로 확장시켜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연대 문제는 이시자카 고이치(릿쿄대학 교수)의 ‘식민지지배와 냉전의 시대를 진정으로 뛰어넘기 위하여’를 통해 한일 간의 문제로 좁혀지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는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역사적으로 검토하면서 일본 시민사회 안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매개로 한국과의 연대가 지속되어왔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의 시민 사회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일본이 한국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고 국교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자기화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동북아 평화문제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행위주체는 중국이다. 왕후이와 쑨거의 글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글은 다른 글들과 달리 현안을 다루는 것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 이 문제를 조망하고 있다.

왕후이(칭화대학 교수)는 ‘20세기 중국역사의 시각에서 본 아시아 평화―항미원조전쟁을 다시 보며’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중국혁명기 인민전쟁의 확장으로서의 항미원조전쟁’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지니는 20세기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탈정치화’로 상징되는 지금 이 시기 새로운 정치주체의 형성과 관련하여 그 의미가 어떻게 해석, 공유되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탈국가적 평화 모색’이라는 사상적 맥락에 주목하는 쑨거(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의 ‘이념’으로서의 평화와 사상으로서의 평화‘는 오키나와 헤노코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평화운동의 경험, 그것과 닿아 있는 가와미치 신이치의 ‘류큐공화사회헌법초안’을 그 ‘전범’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특별기고 형식으로 전하는 인하대 윤진호 교수의 ‘개항기 인천항 부두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과 지난해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인천이 선정되면서 책과 관련한 관심과 활동이 집중도;고 있는 지금,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의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과 런던 북페어’도 눈여겨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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