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단어다. 요즘 범죄자에게 가해진 형벌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형기준이 판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행해져서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근대 이후 국가들은 범죄인에 대한 처벌을 할 때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할 당시에 정해져 있는 형법에 의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같이 각 죄에 대해서 법률에 정해놓은 형(刑)의 범위를 법정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이름을 가진 죄라고 하더라도 범죄인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원인과 범행의 과정, 범행 이후의 태도 등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법정형에서는 각 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는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법관이 범행의 동기와 과정, 범행 이후의 경과 등에 따라서 그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시킬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는 데 이러한 가중이나 감경을 정하는 것이 양형기준인 것이다. 법관이 양형을 정할 때는 마땅히 객관적인 증거들이 그 근거가 되겠지만, 법관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적용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그 동안 우리 가정이나 보육시설 등에서 아동들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방임 등 가혹행위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쉽게 행해지고 있다.

그에 대해서 가해행위 당사자인 부모나 교사들의 행위는 가정 내에서 행위이거나 시설 내에서 자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밀실성으로 인해서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고, 아동들은 가해자의 권위에 눌려서 저항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피해아동이 그 피해사실을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고, 더욱이 훈육이냐 폭력이냐의 한계선상에서 마찰을 빚기도 한다.

올해 1월 28일자에 제정 공포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의하면 피해 아동이 폭력·상해 등 학대로 인해서 치사를 한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한 부모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보호하는 아동에 대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부모가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했다고 판정이 되면 친권 상실 판정까지 할 수 있게 정해 놓았다.

위 특례법의 내용이 잘 알려져서 시행된다면 아동에 대한 체벌이나 가혹행위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같기는 하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법정형은 위와같이 엄격해 졌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는 위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양형의 범위를 정하는 양형위원회라는 것을 두고서 양형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위 양형위원회에서 양형기준을 정하는 것은 법관들에 따라 너무 자의적인 형을 선고할 경우에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법감정이 혼란스러워지고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양형기준이라는 것이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나, 대개 법관들은 위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형을 일응의 선고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법원의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아동학대치사 형량을 최고 9년으로 정했고, 법관이 9년 이상의 형을 선고를 할 경우에는 그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최근에 ‘칠곡 계모’ 임모(36)씨에 대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것을 두고 ‘솜방망이 판결’논란이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여덟 살짜리 아이가 소풍을 가고 싶다고 하였다는 이유로 아이의 배를 짓밟고 구타를 해서 갈비뼈를 16개나 부러뜨렸고, 이렇게 구타를 하고는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아 결국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동생을 때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파렴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 양형기준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대받는 아동들을 발견하고도 부모의 양육책임을 아동에 대한 권리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개선과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의 여러 항목들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여 실행하는 것이, 국민들의 법감정에 맞는 진정한 양형기준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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