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지루해요? 이곳으로 오세요

우리는 예술이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믿어 버린다. 또 예술 앞에서 쉽게 주눅 들곤 한다.

그래서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라고 딱지가 붙은 영화를 보고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왜?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불평하자니 무식한 거 같고, 재미있다고 거짓으로 칭찬하자니 아니꼽다.

그러니 입을 다물 수 밖에. 영화 보는 내내 지루했는데 보고나서도 찜찜하다. 이런 경험이 있는 당신이라면, 하품학교에 가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하품학교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를 봤어요. 그 순간 하품이라도 한 듯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하품학교에 다니게 됐죠.” 하품학교의 구성원에서 2006년 초 교장이 된 민후남씨는 하품학교라는 이름이 주는 상쾌함에 대해 자랑했다.



하품학교는 남구학산문화원이 생기면서 가장 처음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영화를 보는 모임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읽는 모임이다.

‘함께 만드는 학산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직접 선정한 영화를 매달 한 편씩 관람하고, 초빙 강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하품학교에서는 주로 예술영화를 다룬다.

예술을 우러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강사는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이나 감독의 작품세계, 카메라 기법 등을 설명하고, 하품학교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듣는다. 서로 열심이다.

이제는 매달 하품학교에 참여하는 인원만 1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나이나, 영화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영화가 좋다고.

하품학교가 만들어질 때부터 참여했다는 장순남씨는 예전에는 영화를 싫어했다.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은 영화 보기를 즐겨 자주 극장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장씨는 영화 보는 것만큼 고역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하품학교에 찾아갔다. 영화의 배경과 의도를 알게 되고 사람들과 감상을 이야기하다 보니, 나름대로 영화를 보는 눈이 생겼다. 영화가 이해되는 순간 감동스럽기까지 했다는 장씨. 이제는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김현자씨는 본래 영화를 좋아했지만 하품학교를 다니고부터 영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느낌이 자신을 즐겁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하품학교를 소개하고 다닌단다. 이들 모두 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하품학교에서는 2004년부터 연말이 되면 하품영화제를 한다.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흥행에서 실패한 영화들을 모아 ‘저주 받은 걸작전’이라는 제목으로 1회 영화제를 열었고, 2회에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들을, 3회에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을 상영했다. 물론 반응은 뜨거웠다.

하품학교에 참여하고 싶다면,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영화공간 주안’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된다. 주안역 앞에 있는 사랑병원 옆, 예전 ‘맥나인’ 7층이다. 참가비 무료.
한혜정 객원기자 holehall@naver.com

문화엔진21―문화비평지 '플랫폼' 창간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원식)은 올해 벽두, 격월간 문화비평지 <플랫폼>을 창간해 일반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인터넷이나 영상매체 등 문화산업의 흥기에 힘입어 문화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학계는 물론이거니와 각 지방자치단체까지 ‘문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에서도 문화마케팅 전략은 필수가 되었다. 대략 90년대 초반부터 비대해지기 시작한 문화 시장은 삶의 질적 측면을 중시하기 시작한 사회풍조를 등에 업고 일약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출판, 영상, 공연예술 등 문화적 생산물들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데 비해 그에 대한 가치평가와 선택 기준은 점차로 모호해지고 있다.

한국문화의 비약적 발전을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 내 한류의 물결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으나 질적 우수성이 지속적으로 담보되지 못할 때는 그것마저도 단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비평의 부재이고 한국문화의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이다. 수많은 문화생산물들의 정글 속에서 변변한 현장문화비평지 하나가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에 인천문화재단은 통상적인 홍보용 기관지의 관성을 과감히 벗은, 본격 문화비평지를 발행하기로 하고 이 달 들어 그 첫 호를 내놓은 것이다.

잡지명은 <플랫폼>은 여러 가지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사실 이 안에 이 잡지의 모든 지향점이 녹아들어가 있다.

플랫폼은 첫째,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라는 평범한 의미를 비범하게 수용했다. 힌트는 실크로드 즉, 비단길에서 얻은 것이다. 비단길은 기본적으로 무역로였지만 언어와 종족을 달리하는 이질적 문화들이 상호 교류하는 회로이기도 했다.

통일시대를 맞아 한반도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은 문명의 재탄생을 가져올 동아시아 최대의 비전 중 하나다.

제호 플랫폼은 바로 이러한 철의 실크로드 위에서 자유롭게 들고 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둘째 이것은 발언대 혹은 연단이라는 다른 뜻에 힘입어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펼치는 곳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요컨대 플랫폼은 다양한 문화와 그에 대한 주장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는 열린 장소라는 뜻이다.

<플랫폼>지가 지역 안팎을 잇는 문화적 필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아낌없는 비판과 성원을 바란다.
강경석 인천문화재단 연구출판팀 전문위원 netka@ifac.or.kr

비평문화 활성화 왜 중요한가?

마일리지 칼럼 - 김미경/문화비평가·IO<아이오>기획자

‘지역문화 활성화를 통한 시민 문화 형성’ ‘지역문화산업과 관광산업 활성화’ 혹은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등의 슬로건들이 말해주듯 나라 전체가 문화예술 활성화 열기로 한창 달궈져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는 언제부턴가 국내 전 지역의 중요 정책 비전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의 경우는 인천문화재단 출범(2004년 12월)을 계기로 지역문화 활성화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인천문화재단은 출범 당시 문화예술 서비스강화, 지역성의 재창안, 문화예술교류 활성화, 시민문화 복지증진이라는 미래지향적인 비전들을 제시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비전들을 실현할 구체적 전략 부분이다.

그중 하나가 ‘비평 활성화 사업’이다. 그리하여 지역 내의 전문비평가들로 구성된 ‘전문비평그룹’과 문화 활동가와 학생들로 구성된 ‘젊은 비평그룹’, 또한 일반 시민 누구나가 비평가가 되어 인천지역 문화예술 행사들을 평가하는 ‘시민문화컨설팅단’이 운영되었다.

비평의 도마 위에 오른 문화예술 행사들은 지원금 따내기에 급급하던 구태를 벗고 스스로를 수정, 보완, 재창조해내고 있다.

얼마 전 인천문화재단에서는 비평문화활성화를 위한 사업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격월간 문화비평지 “플랫폼”을 올해 초 창간하면서 비평문화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인천문화재단이 비평문화 활성화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추진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그 중심에는 시민들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 비평문화를 이끌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의 주역으로 거듭난다면 인천의 문화 정체성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인천의 문화예술행사들은 천편일률적이며 속빈강정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그 행사 만큼이나 평가 역시 천편일률적이고 속이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비평문화 활성화 방안은 반가운 일이나 그것이 반영되어 문화예술 행사들이 질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시 문화정책의 개선을 이끌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평가만이 홀로서기를 한다면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은 항상 출발선에서 준비자세로만 머물면서 제자리 걷기 운동만 하게 될 것이다.

무대와 배우만 있고 관객이 없는 연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삼박자가 맞아야 시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문화예술 단체와 활동가들은 일반 시민들과의 담장을 더 낮게 허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민은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천문화재단뿐 아니라 각 지역 문화원을 비롯해 모든 문화예술 단체들이 토론과 비평의 장을 마련하여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턱을 낮추어 시민들도 언제든지 참여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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