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1월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부 요구의 최종 수정 보완작업을 끝내고 인쇄에 들어갔다. 수정 내용으로 대한민국 정체성, 6·25 전쟁, 일제강점기 미화, 북한 문제 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5일 보수 시민단체들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보고회’를 열고 “국내 시판 중인 7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 5개 출판사의 교과서가 헌법정신과 역사적 사실관계, 공정성 등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함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1월 교육과정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사 교과서는 물론,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교과개정을 위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 지난 주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주제는 다음의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역사 교과서에서 현대사를 어느 시기까지 다룰 것인가?’이다. 현존 인물이나 역대 정권에 대한 평가 등을 서술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충돌할 위험성은 없는가가 토론 요지였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현재 각각 50% 비중을 두고 있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을 어느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적절한가?’였다. 한국사는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를 다루는 전근대사와 조선 후기부터 현 정부에 이르는 근현대사로 나뉜다. 현재 한국사 대부분은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토론은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특정 정부까지 (특히 30년 전 정부까지) 기술하자는 의견과 현재처럼 저자들이 다루고자 하는 정부까지 자유롭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두 번째 토론 주제에 대하여 대다수 위원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근 현대사를 더 늘리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위의 토론 주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교과서 내용이다. 즉,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의 정체성과 가치관, 대한민국 정부 건립의 정당성과 건국이념에 대한 역사적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긍정적 표현보다는 부정적 단어들로 점철되어 있다. 여기 그 심각성의 예가 있다. 우리나라 1715개 고등학교 중에서 30%나 채택한 (주)미래엔(2014년 초판)의 한국사에는 단원 ‘대한민국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에 중단원 ‘고도성장과 사회·문화의 변화’가 있다.

이 중단원은 7개의 소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냉전체제와 국제 질서의 재편, 2. 이승만 독재와 4·19 혁명, 3. 5·16 군사 정변과 자유민주주의의 시련, 4. 유신체제와 부·마 민주항쟁, 5. 5?18 민주화 운동, 6. 6월 민주항쟁, 7. 민주화의 진행과 평화적 정권교체.

‘고도성장과 사회·문화의 변화’라는 단원임에도 불구하고 고도성장이나 사회·문화에 대한 소주제나 기술은 거의 없다. 반면에 혁명, 민주주의 시련, 민중항쟁과 정권교체 등, 마치 항쟁과 정권교체로 점철된 정치적 상황이 ‘고도성장과 사회·문화의 변화’인양 구성되어 있다.

특히 그 어려웠던 일제 강점기 36년을 극복하고 출범한 이승만 정부의 대한민국 건립이념은커녕 이승만 독재가 이승만정부의 대표적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 집필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관의 무책임 결과이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움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기성세대의 방관에도 책임이 있다. 요즘 10대들의 욱일승천기와 일본에 대한 찬양 행동도 교육을 하지 못한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이제 과거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함양할 국가의 통일된 합의와 이에 따른 교육이 바로 정부와 기성세대들이 해야 할 책임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순자 WISET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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