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데 아래서 레고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아이는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 발버둥을 치고 있다. 엄마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두면 떼쓰는 나쁜 버릇이 길러질까봐 그런지 ‘그래도 소용없다. 오기 싫으면 거기서 살아라 엄마는 집에 간다’고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는 숨어서 아이의 행동을 주시한다.

 
아이는 엄마의 예측대로 악을 쓰고 울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엄마를 찾는다. 이 상황에서는 일단 엄마의 요구되어 되었으므로 엄마의 승리다. 만약 아이의 떼에 져서 그 장난감을 사주었다면 아이의 승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그 엄마와 아이의 갈등이 해결된 것일까. 이는 단지 사건만 종료된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위와같은 갈등이 생겼을 때 이기고 지는 것 이외에 문제해결방법을 배워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 이기고 지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이 많이 사용된다.

직장에서 워크샾을 가서도 저녁식사 후에는 밖의 잔디밭에 가서 야외수업을 하자고 하는 사람이 다수이고, 단지 세명만이 실내에서 진행하자고 할 때, 대개의 경우는 다수결에 의해서 세 사람의 의견은 무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는 다수가 이기고 소수가 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소수의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 다수를 능가하는 파워를 가진 경우에는 소수의 주장이 관철되기도 한다. 이 경우도 이기고 지는 관계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식으로 힘에 의해서 지고 난 사람은 편한 마음으로 이긴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기는 어려워진다.

우리는 이렇게 이기도 지는 방법에 늘 익숙해 있다. 이런 경우에 양쪽이 다 이기는 방법은 없을 까. 이러한 제 3의 방법을 통해서 각자가 자기의 역량을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욕구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창조적인 노력에 사용한다면 좋겠다.

모임에서 야유회 장소를 정할 때도 일부는 산으로 가자고 하고 일부는 바다로 가자고 하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 그들의 욕구는 각기 무엇일까.

산으로 가자는 사람은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는 등산의 맛과 산꼭대기에서 사방을 내려다 보는 시원한 기분을 맛보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바다로 가자는 사람은 가슴이 탁트일 것같은 시원한 바다 바람과 경치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하면 두 사람 사이에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모색해 볼 수있다.

이 때 두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안들을 돌출해 내보자. 바다를 거쳐서 산에 오를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산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에 바다를 거쳐서 오는 방법은 어떨까. 아니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은 어떤가. 아예 섬에 있는 산을 오르는 방법은 또 어떤가.

이런 여러 가지 제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안을 골라내는 방법을 사용해보자.

이런 상황까지만 끌어내면 두 상황이 제안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두 상황이 우리의 제안이 되어서 다같이 최선의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종류의 갈등들이 위의 예처럼 간단하게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깊은 경우라도 그 것을 해결하려는 욕구가 동시에 일어나게 한다면 문제는 반쯤 해결된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위원장이 제 3의 신당창당을 발표했다.

이 극적이고 놀라운 발표는 연일 톱뉴스이고 대담프로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야합이라고 비난을 한다. 야권에서는 대부분 크게 환영을 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양쪽 지도부에서 이러한 결단을 이끌어 내기까지 지난 몇 일간을 얼마나 바쁘게 얼마나 숨가쁘게 움직였을 까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일부에서는 향후 창당과정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있을 것을 염려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기초선거 무공천은 기초선거를 준비해 온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있고 각기 욕구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이 이기고 한편이 지는 해결방법이 아니라 서로가 승승하는 갈등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하기만 하다면, 내부갈등은 슬기롭게 조정되고 국민들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신뢰성있는 정당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에 무공천에 대한 위험부담도 국민들은 진정성에 상응하는 답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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