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매년 280만명 이상이 비만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고, 세계 인구 2/3가 과체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은행(WB)은 2013년 식량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고공 행진을 할 경우 고 칼로리 저렴한 음식을 사 먹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 세계 비만 인구가 오는 2030년까지 약 20년 간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패스트푸드 없인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미국의 경우 성인의 2/3가, 6~11세 어린이는 약 20%가 비만인데 이는 30년 전 수치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미국 문화에 우호적인 유럽 국가들도 집단 비만을 앓고 있긴 마찬가지. 이 모든 게 바로 패스트푸드를 맏이로 둔 식품 장르인 정크푸드Junk Food 때문이다.

‘햄버거 폭탄’이라는 말이 있다. 가령 더블 치즈 버거 하나의 열량은 1070칼로리. 우리나라 성인 일일 권장 칼로리가 평균 2000~2500칼로리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거의 절반 수준이다. 진정 ‘폭탄’이랄 만 하다.

열량의 무려 4배를 넘는 고칼로리 식품에 튀긴 감자엔 발암 성분인 아크릴라마이드란 것까지 있다니, 한 끼니를 놓고 범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비만’과 ‘암’을 동시에 부르는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연구팀이 쥐에게 9달 동안 단맛이 강하고 기름기 많은 먹이를 먹게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쥐의 뇌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때와 같은 단백질 변형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어린이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비만에 걸린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수명이 10년 가까이 짧아질 수 있다. 최근 한 연구는 “유아기에 정크푸드를 먹으면 아이큐가 낮아진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과연 이런 걸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먹여도 될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선진국들이 제각기 칼을 빼 들었다. 정크푸드의 메카인 미국 정부는 우선 정크푸드를 ‘영양이 극히 부실한 식품Foods of Minimal Nutritional Value’이라 적나라하게 못박았다. 비만이 ‘국민병’이 된 나라에서 “정제 탄수화물, 단순당, 지방 함량, 그리고 에너지 밀도가 다른 식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식품”이라는 정크푸드의 사전적 정의는 사치였던 것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등 선진국에서는 정크푸드 판매를 규제해왔으며,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고 정크푸드와 비만이 전 국가차원의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이른바 ‘어린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 건강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여러 선진국에서는 정크푸드와의 사활을 건 전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물론 우리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진 않다. 가령 초·중·고등학교에 음료수 자판기 설치 규제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당초 오후 5~9시까지 정크푸드 TV 광고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식품업계와 방송사들의 반대에 밀려)오후 5~7시 사이에라도 시행된 건 무시 못할 성과다.

하지만 정크푸드가 ‘고열량 저영양 식품’임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겉 포장에 표시하자는 '정크푸드 표시제'는 "제품에 낙인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식품업계의 반발로 여태껏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릴 때 비만이면 성인이 돼서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성인병 위험이 훨씬 커진다”며 어린이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불렀다.

혹자는 비만을 ‘은밀한 살인자’라 했으며, 지난 10년 사이 한국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3배 이상 증가해 35.6%에 이른다. 선진국에서도 끔찍한 사태를 가져온 것은 정크푸드였다. 우리사회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정크푸드와의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