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는 개천에서 난 용이 나오기 너무 힘들다’ 또는 ‘개천에서 난 용이 전혀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등 최근 언론에서 많이 표현되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개천에서 난 용’이란 ‘주어진 환경·조건이 매우 열악한 사람이 일반 사람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성공’을 일컫는 한국 속담이다. 물이 거의 없는 개천에서 용이 오르지 않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엄청난 투지와 노력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1950~1960년대 우리나라는 교육기관도 없고, 교육 기회도 적었다. 그리하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인물의 성공 케이스가 희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다른 것도 바뀐다. 최근에는 50~60년 전보다 국가와 가정의 경제가 나아져 교육기관도 많이 생겼으며, 교육 기회도 많아졌다. 드디어 교육이 개천에서 난 용을 만드는 시대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창시자 스티브잡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모두 개천에서 난 용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우수하여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이 그들 창업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여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창업하였다. 창업할 때에는, 동업자와 투자자를 모집하였다. 즉, 이들 ‘개천에서 난 용’은 개개인의 우수성, 노력, 고등교육, 그리고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함께 했다.

우리나라에도 개천에서 난 용은 많다. 초등학교만 나오고 소 한 마리 값으로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 원양어선 선원에서 출발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고등학교 출신으로 차관에 오른 인천재능대 이기우 총장 등은 분명 이 시대 개천에서 난 용이다.

어디 그 뿐이랴. 최근에는 벤처 신화를 낳은 인물도 많다. 넥슨의 김정주 회장.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KAIST 전산학과 석사 출신이다. 그 후, 박사 과정 도중 글로벌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하고,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여 성공했다.

한국국민에겐 포털사이트 구글보다 더 알려진 네이버 모회사 NHN의 이해진 의장.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학사, KAIST전산학과 석사를 마치고 삼성 SDS에 취업했다. 그러나 입사 7년 만에 삼성SDS 사내 벤처 1호로 독립하여 네이버컴을 창업하게 되었다.

요즈음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김범수 대표는 이해진 회장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기동창이며, NHN의 공동 창업자로 친구 사이다. 그러나 이해진 회장과 결별 후, 엄청난 고난 속에서 다시 카카오톡으로 우뚝 섰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그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이며,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중 중퇴하고 엔씨소프트를 창업하였다. 그는 창업 이전에도 서울대에서 컴퓨터연구회 활동을 하였으며,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대와 KAIST를 입학할 수 있는 우수학생으로 대학 입학하고 졸업했다는 것, 빈손으로 시작하여 시가총액 수조원의 회사를 만들었으며, 공동창업이나 투자자를 끌어들여 창업했다는 것이다. 묘하게도 이들 4인은 85-86학번으로 비슷한 시기에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전산학 등 IT관련 전공을 선택하여 그 분야 고급과정까지 연구하면서 기술 개발을 경험하였다.

새 시대의 ‘개천에서 난 용’은 옛날과 다르다. 무작정 어려움을 탈피하여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 보다는 ‘목표의식, 열정적 노력, 실력, 기술 분야, 창조력, 공동체 의식과 동반 사회’가 성공의 중요 요소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장 연설에서 제시한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헝그리 정신으로 본인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갈망하고 추구하면서 살아가세요”이다. /최순자 WISET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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