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의 처형방법을 두고 주영 북한 대사가 보도매체 인터뷰를 통해 그는 총살된 것이 맞다고 해명을 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들도 그가 어떻게 처형되었는지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이루어진 질문이고 답변이었다.

그의 처형을 두고 지금도 수없이 많은 추측보도들이 난무한다. 우리는 이렇게 38선 이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보도매체나 정보기관이 알려주는 정보들 중에서도 속 시원한 분명한 뉴스를 찾기는 힘들다. 두말할 것 없이 전 세계가 그 속을 모르는 곳이 우리의 북녘 땅이다.

나는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김씨 부자(父子)들의 회의 주재 장면이나 대중집회 장면 따위를 보면서 내가 그곳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 한반도의 북녘은 내게 너무 멀고 낯설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정서와 문화의 측면에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수용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휴전선을 넘어왔던 국제 스포츠 대회의 선수단과 응원단이나 상봉행사가 있을 때마다 북측의 이산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만일 내가 그들과 만나 새로운 삶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어디서부터 세상 이야기의 단초를 풀기 시작해야할지 상상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새해맞이를 전후해서 통일 이야기가 이 나라 전 보도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다소 선정적인 표현으로 이러한 논의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 그런데 글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야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긴 하겠지만 정말 통일은 흥부 제비의 대박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사건일 뿐일까.

마치 내일 당장 통일이 되기라도 하는 양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통일 전문가들까지 불러 들여가며 각 매체들이 쏟아내는 천문학적인 통일효과, 통일비용에 관한 숫자들이 놀랍다. 세계사적인 사건에 많은 궁리가 동원되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통일의 준비를 시작하는 데에 때가 따로 있을 것은 아니니 굳이 트집을 잡고 나설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째서 한반도의 통일이 독일 통일의 경우와 비교될 수 있으며, 어째서 통일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비용의 문제이고 통일만 되고나면 이 나라는 벼락부자가 된다는 것인지 요즘 진행되는 주요 논점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과연 어떻게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지게 될지 그 과정도 통일 이후의 상황을 천지의 차이로 좌우하게 될 것이지만 그러한 논의를 생략한다하더라도 한반도의 통일이 그만의 독특한 험로를 예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도직입으로 떠오르는 몇 가지 의문을 열거해 보기로 하자.

우선 어떻게 남과 북은 그 정체(政體)를 통합할 수 있을까. 통일 정부는 일단 어떻게든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남과 북을 통합하는 정당 정치는 가능할까? 통일을 완성하기 위한 특별법을 수없이 만들어내야 할 국회는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지금도 문짝이 부서지고 최루탄이 터지며 국회의원들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는 국회가 통일이 되면 이성을 찾을까. 노동조합은 몇 개나 더 생겨나야할 것이며 모두가 기대하는 대로 국내외의 자본은 그들과 과연 무사히 결합할 수 있을까.

변화된 체제에 따라 필연적으로 분배되어야 하는 부동산들은 과연 무사히 소유자들을 찾아 분배될 수 있을까. 북쪽에 존재한다는 많은 지하자원들을 개발하려면 시민단체들과는 얼마나 부딪혀야 할까.

무엇보다도 어떻게 아무 혼란이 없이 남북의 권력엘리트들에게 통일 권력을 분배할 수 있을 것이며, 철벽같이 무장한 북쪽의 군부는 절대로 내란유발의 유혹을 받지 않고 스스로 무장을 내려놓을까.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소위 4대 강국들은 한반도의 혼란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달리 이용하려는 유혹을 절대로 갖지 않을까.

한반도의 통일은 무엇보다도 정서와 문화의 통일을 최우선적 조건으로 해야 한다. 지역과 이데올로기 따위 미신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너무도 거리가 먼 잘 알지도 못하는 문화와 조직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정당 간에 공존의 룰을 찾지 못하고 아이들 교과서 하나를 이성적으로 고르지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이 모든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들이 과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독일에 이런 문제들이 있었는가.

남북의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인 야심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여기는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통일은 오직 대한민국의 통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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