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다시 봐도 대한민국에는 참 나쁜 국회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 국회 의사당이 만들어 내는 뉴스치고 국민들을 즐겁고 속 시원하게 하는 경우가 사막에서 비를 만나는 경우보다 드무니 말이다.

언필칭 “국민의 뜻”을 외치는 그들이 의사당 안이나 길바닥에까지 튀어나와서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속내가, 결국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차기 재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싶다.

국회가 다루는 정치적인 사건치고 안 그런 것이 없기는 하지만 유난히 지루하게 끌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논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배신감을 넘어 차라리 나쁜 국회의원들에 대한 연민이 깊어진다.

그렇게도 마음을 비우기가 어려울까. 지방자치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한다면 도무지 국회의원 하는 재미를 모두 잃어버릴 것 같은가. 공천제를 유지하면 어느 정당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접수하게 되고 공천제를 포기하면 또 다른 어떤 정당 좋은 일만 시킬 것 같은가. 그들이 그토록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 이유는 고작 그런 싸움과 계산에 가담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들의 인격과 철학은 고작 그런 목표에 목을 매는, 그런 사람들일까.

참으로 수준의 문제이고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이제 정당공천으로 갔다가는 정당의 하부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몰리고 나서야 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는 야당들도 예뻐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를 놓고 욕심 사나운 계산속에 한 없이 머리를 굴려대는 여당의 모습에, “역시 당신들의 한계야”라는 생각을 금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을 했으면 지키면 그만 아닌가. 다른 공약 지키기 어려운 것도 많은데 이것쯤은 깔끔한 모습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아닌가. 이익을 따져보려면 일찍이 하든지….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논리가 어이없이 허전하다. 겉으로는 마치 지방자치의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듯 심각한 표정들을 지어보이지만 동원되는 논리는 허접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해묵은 시민단체나 자치단체장들의 논리를 이제 새삼 끌어다가 밀어붙이는, 속보이는 야권의 행태를 여기 다시 열거할 이유는 없고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뒤 엎으려는 여당의 논리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작 위헌 가능성과 후보난립의 우려라는 것이 대선 공약을 뒤엎을 근사한 이유라는 말인가. 율사(律師)가 그득한 집단에서 나온 이야기이니 위헌 가능성이 있다면 일개 서생(書生) 주제에 그런 줄 알아야 할 것이겠으나,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 당시에 그 율사들은 어딜 가서 무얼 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권력을 이용 지방자치를 지배하려해

대한민국 헌법은 명백하게 지방자치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도록 하였으되 국회의원의 권한 중에 지방자치단체를 지휘 통솔하거나 지배할 수 있다는 조항은 단 한 줄도 담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지방자치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위헌적 현실이 문제가 아닌가.

제왕적 공천권의 행사가 비난을 받자 민주적 절차를 빙자하여 교묘한 경선 따위 제도로 자치선거 후보 지망생들을 당원 확보 경쟁으로 몰아넣어 선거의 혼탁을 조장하고 자신의 지역구를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는가 하면, 공천권을 빌미로 자치단체의회를 장악하고 자신에 대한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자치단체장들을 견제하는 등, 실질적 위법, 부당, 위헌적 작태의 뿌리가 중앙정당의 자치단체 선거 공천제도라는 것은 이제 만인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정당을 거치지 않고 정치인이 될 수 없나

도대체 지방선거의 후보 난립이 왜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걱정이란 말인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만 잘 지켜준다면 지방선거에 후보가 백 명, 천 명이 나온다한들 무엇이 문제인가.

가치 다극화의 시대에 왜 능력 있는 국민들이 정당을 거치지 않고는 정치인이 되지 못하고, 주민들은 만날 둘 중 하나를 고르는 투표만을 하여야 하나. 지방정당제도도 도입되어 있지 않고 중앙정당이라고 해봤자 지역정당의 껍질조차 벗지 못한 나라에서 중앙정치가 지방자치를 지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지 않은가.

세계 각국의 지방선거와 중앙정치의 관계와 제도는 모두 저마다 다르다. 심지어 정당정치를 배제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모든 제도적인 실험에서 항상 세계적인 기록을 세워온 대한민국이 지방분권화의 시대에 자치단체선거에서 정당 무공천 정도를 실험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욕심 사나운 국회의원들의 존재를 제외한다면…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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