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한 조직의 지휘자가 그 조직을 통제하기 위하여 가지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권한을 꼽는다면 인사권과 감사권이라는 데에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리더십의 문제라든가 기관 재정의 문제, 조직 생존 환경의 문제가 아무리 강조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그 조직의 인사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라는 문제와 연결되게 마련이다.

그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두 권한이 때로는 상호 견제적인 형태로 분리되기도 하지만, 이 두 가지의 기능이야말로 조직이라고 하는 말(馬)을 달리게 하는 당근이자 채찍인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기능이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요구되는 조직 통솔의 미덕이 바로 적재적소와 신상필벌의 묘(妙)라는 것은 인류의 모든 역사를 관통해 일찍이 검증이 끝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일들이 왜 오천년의 문화를 가졌다는 이 나라에서는 오늘까지도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인지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하다. 고위 관료들의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청문회의 추태가 지겹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먹이는 낙하산 논란에 멀미가 난다. 공무원의 인사를 놓고 언제부터 얼마나 많이 규정을 만들고 뜯어고쳤건만 뒷말이 없는 인사이동의 사례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원래 민주주의라는 것이 적재적소를 투표라는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이니 그 자리에 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바람에 업혀서 그 자리에 날아오르는 걸 어쩔 것이냐고 체념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의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한 번에 삶이 통째로 울고 웃어야 하는 세속을 살아가는 갑남을녀의 형편에는 그렇게 고상한 체념도 사치다. 어떻게든 분통이라도 터뜨려야 숨을 쉴 것 같은데 그럴 방법조차가 마땅치 않다.

이 때 인천의 몇 몇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밝혀진 인천문화재단의 감사 결과가 또 다시 불난 가슴에 기름을 붓는다. 일찍이 문화라는 이름 붙은 조직이나 행사치고 거기에 문화는 없다는 문화인들 스스로의 자조(自嘲)를 모르는 처지가 아니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반문화(反文化)를 넘어 범죄에 이르는 일들이 해를 거듭하며 반복적으로 시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조직 속에서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인가.
 
공금으로 남편 세금 내주고 공공법인의 카드로 술 먹고 노래방 가고, 규정에도 없이 여기 저기 돈 뽑아주고, 기금 적립 의무는 아예 생각한 적도 없는 것 같다는 얘기고, 제멋대로 정하는 인사규정에 수의계약 규정, 거래 은행 선정 기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비리와 부정의 백화점이 아닌가.

혈세로 자행되는 비리와 부정

물론 벌써부터, 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만 일이 대수냐 라는 변명과 역성의 목소리들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눈 밝은 이 들이 이 감사보고서를 세밀히 들여다본다면 이미 그러한 변명과 역성은 사전적(事前的)으로 설 땅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금으로 배우자의 세금을 내주는 일이 우발적으로 한 건만 일어날 수 있는 성격의 일이겠는가. 법인 카드 관리 규정을 어겨가며 규정 이상의 수량을 만들어 이 사람 저 사람 나누어 갖고 사용하였는데 어째서 외부 인사가 사용한 사례 하나만이 위법 부당했단 말인가. 상위 규정을 어겨가며 수의 계약을 맺고 거래 은행을 결정하였는데 더 이상의 위법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는 말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대표이사가 입맛대로 인사규정을 정하고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인사 관련 비리는 없었다고 믿기는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솜방망이식 처분이 고의인가 실수인가

더욱이 이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 내용을 놓고 보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러한 사안들이 어떻게 단 한 건의 징계 처분도 없이 모조리 주의, 개선, 시정 처분의 대상이란 말인가. 모름지기 감사처분의 양형은 범의(犯意)를 가진 고의인가, 단순 무지나 부주의에 의한 실수인가, 업무능력의 부족(무능)인가, 제도적인 문제인가를 따져 결정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감사 보고서 어디에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제시된 것이 없다. 형법상 배임 또는 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을 지득(知得)한 공무원 신분의 감사관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덮어버릴 권한을 갖는가. 이와 같은 감사를 통해서 인천시라는 조직이 기대하는 이익은 무엇인가.

감사의 기능은 원칙적으로 채찍을 들어 조직을 일신하는데 있다. 그런데 이런 감사 밑에서 인천시의 조직들이 안녕들하신지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언제나 이 도시에서 적재적소와 신상필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려는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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